▲<셔텨 아일랜드>영화 포스터
마틴 스콜세지
미국 작가 데니스 루헤인(1965 ~ )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살인자들의 섬>일 것이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서 <셔터 아일랜드>라는 제목으로 2010년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원작과 영화가 좀 다르기는 했지만 <살인자들의 섬>은 영화로 만들 만한 모든 요소가 갖추어진 작품이었다. '셔터(shutter)'라는 이름의 외딴 섬에 자리잡은 정신병동, 폭풍우로 고립된 섬, 탈출하기 불가능한 환경에서 사라진 환자, 그리고 마지막의 커다란 반전까지. 어느새 30대 후반이 되어버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작품에 의하면 '셔터'라는 이름은 오래전에 그 부근에서 활동하던 해적이 붙였을 것이라고 한다. 위급할 경우 해적들도 이 섬에 와서 숨어 있고 동시에 보물도 감추어 놓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데니스 루헤인의 다른 작품인 <미스틱 리버>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의해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2003년에 개봉된 이 영화에는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등 화려한 출연진들이 등장한다.
어찌보면 데니스 루헤인은 이렇게 영화 운이 참 좋은 작가다. 그러나 많은 독자들은 그의 작품들 중에서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기억할 것이다. 시리즈이지만 그렇게 많은 작품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남녀 탐정 작가는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전쟁 전 한잔>을 시작으로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신성한 관계> <가라 아이야 가라> <비를 바라는 기도> 등 5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발표했다.
그리고 한참을 쉬었다가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문라이트 마일>을 2010년에 발표한다. 켄지와 제나로는 사립탐정으로 활동하는 남녀 커플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사랑하는 사이끼리 그렇듯이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함께 많은 사건들을 해결한다.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는 유괴사건을 다루고,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에서는 잔인한 연쇄살인사건과 마주한다. 그리고 <문라이트 마일>에서 켄지는 더 이상 탐정활동을 하지 않겠다면서 현역 은퇴를 선언한다. 사실상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이 시리즈를 읽다보면 두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왜 데니스 루헤인은 마지막 편을 발표할 때까지 10년이라는 공백을 두었을까. 그리고 왜 10년 후에 갑자기 켄지와 제나로를 은퇴하게 만들었을까.
그 10년 동안 데니스 루헤인은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 <운명의 날>을 연달아서 발표한다. 그중에서 <운명의 날>은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 목록 중 독특한 영역에 속해 있다. 범죄와 스릴러의 요소를 제거하고,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1919년 '보스턴 경찰 파업'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역사 소설인 셈.
데니스 루헤인은 <운명의 날>에서 약 1000페이지에 걸쳐 보스턴 경찰파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시 보스턴 경찰들이 어떤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국 파업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묘사하고 있다. 당시의 실존인물들도 다수 등장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하던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이야기도 함께 곁들이고 있다. 보스턴 인근 출신인 데니스 루헤인은 처음부터 이런 작품, 역사 소설을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명의 날>은 완성도가 뛰어나다.
작가가 보여주는 보스턴의 풍경과 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