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관>겉표지
알에이치코리아
퍼트리샤 콘웰(1956 ~ )은 과학수사, 그 중에서도 법의학을 바탕으로 한 과학수사를 작품에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동시에 콘웰은 매번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현대 범죄소설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들은 과학수사를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CSI>의 바탕이 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법의학이란 단어를 쉽게 정의하자면, 자연사나 병사가 아닌 살인사건의 희생자 같은 변사체의 시신을 부검해서 정확한 사인을 알아내고 나아가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사건수사 및 법정 판결에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퍼트리샤 콘웰이 작품 속에서 법의학을 전면으로 다루게 된 계기는, 자신이 실제로 그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주 법의국에 분석관으로 근무했던 그녀는 5년 동안 약 600회에 달하는 부검에 참석했었다. 최소 600구에 달하는 변사체를 봤다는 이야기다. 그 이전에는 한 언론사에서 경찰출입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소설을 쓰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1990년에 발표된 '스카페타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인 <법의관>이다. 이 작품이 발표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콘웰은 처음에 여성 법의관과 남성 형사가 일종의 콤비처럼 활동하는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에 들어갔다.
초고를 만들고 출판사를 돌아다녔지만 몇 군데에서 계속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가 한 출판사의 편집자가 '여성 법의관을 중심으로 써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콘웰은 이 조언 대로 작품을 전면 수정해서 <법의관>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 작품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콘웰은 부와 명성을 함께 얻는다. 이 작품으로 영국추리작가협회상과 미국추리작가협회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법의학을 소재로 만든 범죄소설<법의관>에서 마흔 살의 나이로 미국 버지니아주 법의국장에 부임한 스카페타 박사와 강력반 형사 피트 마리노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마리노는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올챙이처럼 배가 나온 형사다. 스카페타는 한번 결혼했지만 이혼한 상태다.
버지니아 주의 도시 리치먼드는 인구대비 살인율이 미국에서 두 번째라고 한다. 그만큼 법의국에서 할 일이 많다.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 두 명은 서로 협조해야 하는 사이지만 스카페타가 법의국장으로 부임했을 때부터 삐걱거린다.
뚱뚱하고 둔해보이지만 전형적인 마초의 기질이 있는 마리노는 금발의 미녀 스카페타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스카페타는 여기에 맞서지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마리노가 나한테 트집을 잡는 이유가, 내가 법의국장이기 때문에 그러는 건지 아니면 내가 여자라서 그러는 건지.
다른 등장인물들도 있다. 스카페타의 조카인 열살된 컴퓨터광 루시, 점잖은 신사이자 FBI 프로파일러인 벤턴 웨슬리.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것은 이 네 명이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이들은 서로 협조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스카페타는 루시에게 컴퓨터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부탁한다. 루시는 처음에 마리노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리노가 권총 사격술을 가르쳐주는 계기로 그와 조금씩 가까워진다.
스카페타는 법의국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연쇄살인범과 마주한다. <법의관>에서 연쇄살인범은 젊은 여성들을 살해하고 다닌다. 일반적으로 연쇄살인범들은 공통점이 있는 희생자들을 선택한다. 비슷한 나이라든지, 비슷한 체형이든지 아니면 같은 인종이든지 등.
반면에 <법의관>에서는 희생자들 사이에 공통점도 없다. 인종도 나이도 다양한 여성들이 연쇄살인범에게 희생당한다. 그런만큼 수사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마리노와 스카페타가 계속 마찰을 빚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씩 변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