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당시 방북 사진들.
박근혜 의원실 제공
그의 이같은 '외눈박이' '색깔론' 시각으로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5년 7월, 유럽코리아 재단 사업과 관련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냈다는 논란의 편지는, 더 극심한 평가를 한다 해도 조금도 모자라지 않다.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자신을 '나'로 표현했고, 한 대목에서만 '제가'라고 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나'라고 했고, "제가 러시아 사람들에게 얘기했습니다"라는 대목에서 '제가'라고 했다.
반면, 한국 보수․수구 세력의 정치 대표체인 한나라당의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자신을 '저에게는' '저의 의견으로는'이라고 낮춰 눈길을 끈다. 특히 '위원장님의 지시를 부탁드린다'거나 '남북'이 아닌 '북남' 표현, 초안이기는 하지만 '2002년(주체 91년)'이라고 돼 있는 대목에서는 동공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박사모 홈페이지에, '박근혜의 편지'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글이라며 올라왔을 때는, '재판없이 때려 쳐 죽일 놈' '마치 신하가 조아리는 듯'이라는 등등의 험악한 댓글이 달렸다가, 실체가 알려진 뒤 대혼란이 벌어졌다는 것도 '웃프'기는 하지만 충분히 짐작되는 일이다.
이 편지를 보면, 2002년 5월 방북길에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박 대통령이 "북한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남북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진심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쌓아야만 발전적인 협상과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측과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그들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한 맥락이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