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결혼-급이혼' 하는 중국사람들, 왜?

[중국 사람 이야기 24] 중국 사람에게 법이란?... "국가는 정책을, 개인은 대책을 만든다"

등록 2017.08.26 16:59수정 2017.08.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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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下有對策)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과 이런저런 관련을 맺고 있는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 이상은 들어본 말일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가가 정책을 발표하면 중국사람은 어떻게 대책을 만들어 대응하는지 알아봅니다.

먼저 중국 정부 가족계획 정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980년 중국 정부는 '부부가 결혼한 후 1명의 자식만 낳아야 한다'는 가족계획(計劃生育) 정책을 발표합니다. 그후 2016년 중국 정부는 자식을 2명 낳아도 된다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지요.

 중국 가족계획 포스터
중국 가족계획 포스터 baidu

가족계획 정책이 바뀌기 전인 2015년까지 중국사람은 자식을 1명밖에 낳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몰래 1명을 더 낳아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방법도 있고, 공개적으로 1명을 더 낳은 뒤 벌금을 내고 출생신고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국가가 발표한 정책에 대응하는 대책으로 중국사람들은 이런 대책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몰래 둘째를 낳아, 자식이 없는 친척의 자식으로 출생신고 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중국사람들은 이를 '괜찮은 대책'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대책'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였습니다. 중국사람들 사이에는 공개적으로 둘째를 낳고 합법적으로 출생신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첫째를 낳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1년 뒤 둘째를 낳아 2명의 자식을 쌍둥이로 신고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법이란

한국 사전을 살펴보면 법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이라고 해석됩니다. 중국 사전에서는 법을 '통치를 실현하려는 의도로 만든 규칙(體現統治階段的意志)'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법이란 개인이 자신과 상대방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켜야 할 의무를 규정한 사회 규범이라면, 중국에서 법이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국가가 각 개인이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규칙이라는 거지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법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형법과 민법을 의미합니다.


중국에서 '법치주의를 실현하자'는 말은 개인이 자신이 속한 조직(공산당, 국가, 직장 단위)의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이 법에서 규정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중국에서 개인의 권리를 규정하는 '법'보다,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개인이 준수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는 '법'이 왜 발전하게 됐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춘추전국시대에 활약한 제자백가로는 유가(儒家), 도가(道家) 그리고 법가(法家)가 유명합니다. 이 사상은 실제 중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중국 역사에 존재한 수많은 국가들이 유가의 유교 사상만 채택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통치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중국에는 양유음법(陽儒陰法), 외유내법(外儒內法)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이는 밝게 보이는 외부 중국 사회는 유교 사상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잘 보이지 않는 실제 내부 중국 사회는 법가사상으로 운영된다는 걸 뜻합니다.

중국은 한나라(기원전 202년~) 시대부터 유교를 국가 통치·운영 사상으로 채택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부적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법가 사상으로 국가를 운영했습니다. 중국학자들은 이런 국가 운영 방식이 현대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당까지 이어져온다고 봅니다.

사후 세계나 세상을 움직이는 하늘의 법칙이 없다고 생각한 유교 창시자 공자는 세상일을 해결하는 이데올로기로 '인(仁)'이라는 사상을 만들고, 인을 실행하는 방법으로 '예(禮)'를 강조합니다.

공자가 죽고 100년 후에 태어난 맹자는 인을 실행하는 방법으로 공자의 '예' 외에 '의(義)'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맹자는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어진 마음(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어진 마음이 생각에만 머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사람은 반드시 어진 마음을 따라 실제로 행동(義, 义)해야 한다며, 의롭게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은 부끄러워하고, 의롭게 행동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수오지심, 羞惡之心)이 필요하다고 하지요.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의 마음속에 어진 마음(仁)이 있다는 성선설을 주장하는 맹자도, 사람이 이런 어진 마음을 따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맹자는 사람이 의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사람에게 의(義, 义)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맹자가 죽고 50년 후에 활동한 순자는 초나라에서 20년 동안 행정 업무를 담당하면서 국가를 운영하는 현장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러니까 공자와 맹자가 사상을 만든 이론가라면, 순자는 유교 사상을 현장에 적용한 정치가인 것이지요.

순자는 이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이익과 쾌락을 추구하는 본성을 가진다'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사람이 타고난 성질대로 행동하면 반드시 갈등이 생기고 이로 인해 결국 도덕과 질서가 어지러워져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면서 지도자는 법(法)으로 사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제나라 역사박물관(중국 산동성 치박시) 직하학궁 모습
제나라 역사박물관(중국 산동성 치박시) 직하학궁 모습 김기동

정치에서 물러난 순자는 제나라 직하학궁에서 교장(당시 관직명 좨주(祭酒))으로 재직하는데 이 시기 순자에게 배운 제자가 한비자와 이사입니다. 후에 한비자는 법가를 이론적으로 완성합니다. 그리고 한비자의 법가 이론으로 진나라를 운영한 사람이 바로 이사입니다.

중국 최초 통일 국가 진나라에서 국가 통치 이념으로 자리 잡은 법가 이론은 한나라 한무제 시대 '동중서'에 의해 통치 사상으로 완성되고 그 후 중국의 모든 나라가 국가 운영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부터 중국공산당 간부학교인 중국중앙당교를 운영하는데, 이 학교의 중국학 과정에서는 한비자(법가 교재)와 논어(유가 교재), 노자(도교 교재)를 교과서로 사용합니다. 참고로 현재 중국 주석 시진핑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중앙당교에서 교장으로 일했습니다.

한나라 시대 '신유학'

중국 역대 국가(황조)가 법가 이론으로 나라를 통치하면서 법을 강조했지만, 일반 백성 입장에서는 법이란 통치자가 백성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 백성을 위해 만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백성은 나라의 법과 자신의 이해관계가 부딪치면 되도록 법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되지요. 

한나라 시대(기원전 136년) 정치가 동중서는 어떻게 하면 일반 백성이 법을 인정하고 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연구합니다.

 한나라 동중서
한나라 동중서 baidu

한나라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한무제는 전제 통치를 확고히 해, 자신의 후손들이 안정적으로 한나라 황제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한무제의 심중을 꿰뚫은 정치가 동중서가 한무제의 입맛에 맞게 만든 사상이 바로 법가 이론을 유학으로 살짝 포장한 '신유학' 사상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한나라 동중서가 만든 사상을 '신유학'이라 부르면서 공자가 만든 원래의 '유학'과 구분합니다. 한국에는 '신유학'이 전해졌기 때문에 한국 사람은 공자의 유학과 동중서의 신유학을 구분하지 않고 유학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중국 사람은 공자의 유학과 동중서 신유학은 전혀 다르다고 여깁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초자연적인 하늘의 일이나 사람이 죽은 후의 일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세상일을 해결하는 이데올로기로 '인'이라는 사상을 만듭니다. 하지만 한나라 한무제와 동중서는 하늘을 인정하고 하늘의 신이 황제와 대화(감응, 感應)한다는 '신유학'을 만듭니다.

동중서는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초자연적인 뭔가가 있으며, 그 초자연적인 무엇이 하늘(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늘(天)이 세상을 관리하는데, 바로 이 하늘의 아들이 천자(天子), 즉 황제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황제는 사람이긴 하지만, 하늘의 아들 천자(天子)이기 때문에 하늘의 명령을 대신해 법을 만들어 나라를 통치한다고 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황제도 사람인데 어떻게 하늘의 아들이냐고 의심하자, 동중서는 음양오행설을 인용해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을 만듭니다. '황제는 하늘과 대화하며 하늘의 뜻에 따라 세상을 통치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황제의 권위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황제의 명령이 곧 하늘의 법이니 백성은 황제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비자의 법가 이론에 정당성을 더하는 방법으로 유교가 이용된 거지요. 한나라 황제 한무제 입장에서는 동중서의 이런 '신유학' 사상이 마음에 쏙 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한무제는 '신유학'을 국가의 기본사상으로 정하게 되고, 동중서의 '신유학'은 그후 중국 전제사회의 전통사상이 돼 2000년 동안 이어집니다.

법이 권위를 얻는 방법

국가 통치자가 아무리 '황제가 하늘의 아들이고 그래서 황제가 만든 법이 하늘의 법이니, 백성은 반드시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도 백성이 법을 지키지 않자, 국가 통치자는 법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중국 명나라 교지와 조서(봉건시대 통치자가 신하에게 주는 임명장과 국가정책 지시서) 첫 문구는 항상 '하늘의 뜻을 황제가 전한다'라고 시작합니다. 하지만 황제가 하늘의 뜻을 대신해 백성에게 명령한다는 사실을 백성들이 믿지 않자, 좀 더 적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방법으로 황제의 권위를 세우게 됩니다.

명나라는 황제의 교지나 조서를 신하에게 전달할 때, 교지나 조서를 넣은 상자를 끈으로 매달아 승천문(현재의 중국 천안문)에서 아래로 내려보내고, 신하는 승천문 아래에서 두 무릎을 꿇고 마치 하늘의 명을 받듯 두 손으로 받게 합니다.

여담으로 승천문에서 끈에 매달린 상자를 아래로 내려보내던 관리가 실수로 끈을 놓쳐 상자가 땅에 떨어져 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하늘의 뜻을 제대로 땅에 전하지 못한 관리를 죽일지 살릴지 논쟁한 기록도 있답니다.

사회적으로는 <육전통고> 법전, 개인적으로는 <뇌규> 책

중국에서 '신유학'은 이후로도 점점 발전해 세밀한 철학으로 완성돼 개인 일상생활과 정부 행정 법규의 기본 지침이 됩니다. 청나라 시대 염진형이란 사람이 '신유학'을 기본 지침으로 하는 방대한 일상생활 도덕과 행정 법규를 13년 동안 정리해 <육전통고>를 만듭니다. 개인의 생활과 정부의 행정이 <육전통고> 내용대로 행해지고 시행된다면 세상은 천국이 되는 거지요.

하지만 동시대에 <뇌규(賂規)>라는 책도 만들어집니다. '뇌규'는 현대어로 '뇌물'이라는 의미입니다. <뇌규>는 관리의 지위에 따라, 또 계절(연말연시, 명절)에 따라, 또 사업의 규모에 따라, 또 죄의 종류에 따라 얼마의 뇌물이 필요한지 세부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뇌물 금액 지침서입니다.

그러니까 동시대에 어떤 사람은 신유학 도덕과 행정 법전 <육전통고>를 만들고, 또 어떤 사람은 뇌물 지침서 <뇌규>를 만든 거지요. 아마도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어떨 때는 법전 <육전통고>를, 또 어떨 때는 뇌물 지침서 <뇌규>를 인생 지침서로 삼아서 세상을 살았을 겁니다.

필요에 따라 결혼하고 이혼합니다

공자가 꿈에도 그리워했다는 주나라 주공의 책 <주례>에는 '예는 서민들에게 베풀지 않고, 형벌은 사대부에 미치지 않는다(礼不下庶人,刑不上大夫)'라고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인(仁)을 실행하는 예(禮)는 일반 백성과는 관련이 없고, 법을 지키는 일은 지배계급과는 관련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지배계급은 예(禮)를 알기에 법이 필요 없고, 일반 백성은 예(禮)를 모르기에 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중국 사람은 자신이 속한 위치와 상황에 따라 법을 지킬 수도 안 지킬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자신과 상대방의 권리를 서로 보호하기 위해 법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이 필요하다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게 나의 이익과 관련이 없다면 당연히 법을 준수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

 정부 정책과 개인 대책
정부 정책과 개인 대책 baidu

마지막으로 국가의 주택 정책에 중국 사람이 어떻게 대책을 만들어 대응하는지 알아봅니다.

중소도시에서는 어느 순간 갑자기 결혼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중국에서 토지는 모두 국유입니다. 그래서 개인은 국가에서 빌려준 토지를 사용합니다.

중국 정부는 중소도시 일정 지역을 개발해 주택을 건축할 경우,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일정 면적의 주택을 무상으로 줍니다. 그런데 이때 정부가 무상으로 주는 주택은 가구별 기준이 아니라, 개인별 기준입니다. 그러니까 가족 수가 많으면 더 넓은 면적의 주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개발 예정 지역에서는 미혼여성과 미혼남성, 배우자를 잃은 중년 여성과 중년 남성, 심지어 배우자를 잃은 노인들까지 이웃 마을 누군가와 결혼신고를 해 가족 수를 늘리는 일도 있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어느 순간 갑자기 이혼하는 사람이 많아진 적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대도시에서 주택 투기 현상이 일어나자, 한 가구가 한 채의 주택만 구입할 수 있는 주택구입제한정책(限購政策)을 시행했습니다.

그러자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대도시 노년, 중년, 신혼부부들이 이혼한 뒤 독립 가구 조건을 충족시켜 주택을 한 채 더 사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중국 사람들은 '정부 정책(법)과 개인의 대책'을 분리해 사고하고 이를 행동에 옮깁니다.

[About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 선생님과 중국 대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중국 #중국사람 #중국문화 #법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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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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