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동아시아
기자 출신으로 '세이브 더 칠드런' 등에서 활동한 김희경이 쓴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동아시아)은 질문한다. 서구에서는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이 중요해지는 반면, 한국에서는 왜 오히려 가족이 지나치게 중요해지게 됐을까.
"한국 사회의 특이한 점은 흔히들 가족주의가 약해지기 마련인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주의가 더 강력해졌다는 점이다. 근대화 과정 내내 국가가 '선 성장, 후 분배'의 논리 하에 거의 모든 사회 문제를 가족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사람을 먹이고, 키우고, 보호하고, 가르치고, 치료해주고, 부축해주는 그 모든 일들이 전부 가족의 책임이었다." <이상한 정상가족> p.166
김희경은 "위기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개인을 받쳐줄 사회적 보호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개인이 부여잡을 지푸라기는 뭐였을까"라며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개인이 기댈 유일한 언덕은 '사적 안전망'인 가족이었다"고 지적한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로 엄마도 아빠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족 엄밀히 말하면 엄마의 영역이었던 '돌봄'을 맡아 줄 공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건 결국 가족뿐이다. 수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조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은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다 주로 임금이 적은 여성이 일을 그만둔다. 그리고 경력단절 여성이 된다.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다. 국가가 아이를 키우는 데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 사회에서 가족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는 이들은 경쟁에서 도태된다. 시어머니는 서울에 오겠다고 결심하면서 말했다.
"내 새낀데, 내가 챙겨야지." 나는 그 말이 참 슬펐다. 김희경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똘똘 뭉쳐 분투했던 가족의 중심에 늘 '헌신적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도 한국 가족주의의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이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나는 시어머니를 떠올렸다. '원정육아' 1년 만에 우울증과 당뇨를 얻었다는 친구 어머니를 생각했다. 노후를 잃어버린 수많은 엄마들을.
고민 끝에 우리는 시어머니와의 동거를 포기했다.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다는 판단이 들었다. 서른 넘은 아들과 며느리, 예순이 다 되어가는 시어머니가 오로지 아이 때문에 함께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육아는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 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둘이서 해보자고 했다.
그 후로도 위기는 많았다. 나는 목이 한번 더 안 돌아갔고, 최근에는 아이가 B형 독감에 걸려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다. 남편은 야근으로 바빴고, 나만 일주일 휴가를 냈다. 지옥 같은 한 주를 보내고 몸살이 났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저자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스웨덴이 어떻게 저출산을 극복했는지 잘 나와 있다.
"'부모 되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가족의 경우 사회가 출산과 양육을 돕고 아이의 미래를 함께 돌본다'...중략...여성이 일과 양육 사이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되고 부부가 모두 일할 수 있도록 사회가 양육의 부담을 나눠 가지고 교육, 의료, 주택 문제를 사회가 해결..." p.226-227
많이, 정말 많이 부러워하며 책장을 넘겼다. 부디 이제라도 국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바라며.
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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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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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랑 같이 살까?" 내가 어쩌다 이런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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