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동은 "인구감소나 제로 성장을 망국으로 받아들이는 근시안적인 근대적·현대적 관념의 내셔널리즘부터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사진은 서울 명동길을 걷는 시민들. 2021.7.2
연합뉴스
한승동은 "인구감소나 제로 성장을 망국으로 받아들이는 근시안적인 근대적·현대적 관념의 내셔널리즘부터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타국을 경쟁자 내지 가상적으로 상정하고, 국력 경쟁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민족국가들의 인구감소 공포와 인구증가 집착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내총생산(GDP)에 그만 집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한승동은 "중요한 것은 GDP로 포착되는 경제지표의 고저가 아니라 개개인들이 얼마나 안락하고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GDP에는 잡히지 않는 ▲ 풍요롭고 오염되지 않는 자연환경 ▲ 존중받는 직업으로서의 고령자 돌봄 서비스 ▲ 여유 있는 생활공간 ▲ 균형 잡힌 노동·여가를 중심으로 사회를 새로 디자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한국 사회에는 실제 이런 움직임이 있습니다. 'GDP를 너머 국민총행복(GNH)'을 목표로 하는 사회운동단체가 지난달에 생겼습니다. 도올 김용옥 한신대 교수와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가 대표 발의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추진위원회'로 이 단체는 "우리 사회 발전의 패러다임을 경제성장에서 인간의 보편적 열망인 행복과 균형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노즈카 도모지 역시 가사노동이나 고령자 돌봄 등 시장을 통한 거래과정에서 제대로 포착되지 않아 GDP 계산에서 누락되는 노동력 및 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
노동력 부족, 사회보장재정 파탄, 마이너스 성장 등은 인구 감소하면 떠오르는 암울한 사회상입니다. 그러나 인구 감소를 재앙으로만 여기는 것은 "정치와 경제, 문화, 사회 시스템은 거의 모두, 말하자면 우리의 세계관은 인구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구축돼 왔"(<세카이> 8월호 특집 '사피엔스 감소-인류사의 전환점')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인구 감소는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한승동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게 맞느냐고 따지는 게 아니라, 인구가 줄어가는 세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 세계를 어떻게 다시 디자인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 다르며 또 달라야 한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경제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 질서가 재편되는 지금 인구 감소에 대한 논의도 지구적인 관점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아이 낳으면 돈 줄게' 식의 차원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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