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편한 시간에 미리 책 녹음을 조금씩 해두세요. 피곤한 날에는 직접 책을 읽어주는 대신 엄마표 오디오북을 활용했습니다.
진혜련
많이들 말씀하십니다. 아이에게 영어 노출을 해보려고 하는데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고요. 영어 노출을 시작할 때 거부감을 보이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죠. 제 아이도 그랬습니다. 저는 아이의 첫 영상으로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일상 이야기를 담은 '까이유(Caillou)'를 보여주었는데요. 조금 보는가 싶더니 금세 딴짓을 하더라고요. 안 되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자기 소파에 앉아 곧잘 보는 거예요. 아이가 영어 노출에 비교적 빨리 적응한 거죠.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동안 아이에게 책 읽어준 시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모국어로 엄마가 매일 책 읽어주는 것을 들으며 아이는 한국어, 영어를 떠나 언어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감각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습관을 갖게 되었고요. 잘 듣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결정적으로 아이는 엄마와 매일 책 읽는 시간을 가지며 무엇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언어가 낯설더라도 그 안에 흐르는 이야기가 궁금해 자리를 뜨지 않고 눈과 귀를 열게 된 거죠.
저는 임신 했을 때부터 수많은 육아서와 그림책을 읽으며 결심했습니다. 아이에게 다른 건 못 해줘도 책은 매일 읽어주자고요. 아이와 며칠씩 숲이나 바다로 여행을 갈 때도 항상 가방에 책을 챙겨가 읽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여섯 살 때 저와 떨어져 할머니 댁에 며칠 머물러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책을 읽어줄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저는 그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결국 괜찮은 방법 하나를 찾았습니다.
바로 엄마표 오디오북을 만드는 것입니다. 오디오북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아이의 책을 소리 내어 읽고 녹음했어요. 핸드폰에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는 녹음앱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녹음한 음성파일을 친정엄마 핸드폰으로 전송하여 아이가 듣도록 하였습니다.
저는 아이와 떨어져 있을 때뿐만 아니라 너무 피곤한 날에도 직접 책을 읽어주는 대신 오디오북을 활용했어요. 엄마가 편한 시간에 미리 책 녹음을 해두세요. 분량은 5분 내외가 적당합니다. 엄마표 오디오북만 있다면 아무리 바쁜 워킹맘도, 육아에 지친 전업맘도 '책 읽어주는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또 궁금증이 생기실 거예요. 과연 아이들이 보지도 않고 듣기만 하는 독서를 잘할까? 아이들은 생각보다 꽤 잘 듣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반 아이들에게 매일 책 읽어주는 일을 4년째 하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그 시간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이들 말로는 보지 않으니 오히려 더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 재밌다고 해요.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아니라 엄마 목소리잖아요. 아이들은 엄마 목소리로 책 읽어주는 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처럼 우리말 책 읽어주기로 문해력을 탄탄하게 잡아주며 영어 노출을 해줘야 하는데요. 그렇다면 영어 노출은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영어 노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상, 책, 영어가 오가는 환경 등이 있죠. 저는 이 중 아이가 꾸준히 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것 즉 아이 입장에서 가장 편하고 흥미로운 것으로 골랐습니다. 엄마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고요.
저는 영어 노출을 '영상'으로 하였습니다.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일은 참 조심스럽습니다. 자칫 미디어에 과하게 빠져 독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영상을 보여주는 매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매체로 얼마나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영상으로 영어 노출을 했을 때의 극적인 효과와 부작용 없는 영상 영어 노출 학습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녀의 영어 교육을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우리말 책 읽어주기부터 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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