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및 국정조사특위위원 간담회에서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세 번째 유형은 공감능력 제로가 만든 망언 중의 망언이다. 당사자들은 대중이 왜 자신과 자신의 발언, 행동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하는지 모를 가능성도 커 보인다. 그들의 세계에선 전혀 문제 될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는 참사에서 친구들을 잃고 겨우 살아나 괴로움에 힘겨워하다 생을 마감한 청소년의 죽음에 대해 "본인이 필요에 따른 이런 좀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 좀 이런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을 앞에 두고, 총리가 망자와 유가족에게 건넨 말은 '나약하면 안 되는데'였던 것이다.
이 발언은 총리가 이태원 참사 혹은 청소년의 죽음에 대해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 또 하나의 참사였다.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정비해 극단적 선택을 막겠다는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정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정확히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를 스스로 저지른 것이다.
그의 희박한 공감 능력을 깨닫게 되면, 총리가 외신기자들 앞에서 참사에 몰린 인파를 설명하며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농담을 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 있다. 분향소에서 격앙된 가족들과 마주하자 30초도 머물지 않고 무단횡단으로 왜 급하게 돌아섰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공감 능력이 희박한 발언은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누군 뭐 폼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어요?"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강력했다.
네 번째 유형은, 막가파식 사고방식이 내재화된 이에 의해 만들어진 거친 망언이다. 자신의 잔인한 말을 발판삼아 중앙으로 진출하겠다는 꿈을 꿨다기보다는, 그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장 심한 말을 배설한 것이다.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시체팔이" "죽은 자식 장사" 발언이나, 이미애 김해시의원이 위 발언에 "화이팅! 유가족외 사과하지 말기!" 따위의 격려를 남긴 게 전형적이다.
이들이 이런 말을 뱉을 수 있었던 배경은, 세상을 '우리 편 아니면 적'으로 단순화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판단한다. 우리 편이 아닌 사람들에겐, 어떤 잔인한 말을 무감하게 쏘아붙여도 허용되는 사고인 셈이다.
언론이 따끔하게 지적해도 "내가 공인이라는 사실을 잊었네요!"라고 맞받으면 그만인 것이다. 더한 광기는 위 발언에 붙은 다수의 '좋아요'를 비롯, 신속한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에 꿈쩍도 않는 자당 동료 의원들에게서 보인다.
사라진 '국민에 대한 예의'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다양한 망언이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그들이 봉사하기로 약속했던 국민의 죽음에 대한 예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통의 기본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면, 사실 이분들은 국민과 소통하려는 자세 자체가 없는 것 아닐까 의심되기도 한다.
우리 풍속에서 망자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49재 당일, 우리나라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치인인 대통령은 한 행사에 참석해 "술 좋아한다고 또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고 농담까지 했다. 이쯤 되면 159명을 포함한 시민의 죽음에 관심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닐지 두려움마저 생긴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도대체 왜, 어떻게, 어디서 우리 가족이 죽었는지 제발 명확히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에게 이번엔 최소한의 예의가 지켜지길 고대한다. 그러나 시작부터 이 기대가 이뤄질지 의심이다. 27일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이상민 장관은 경기도 일산에 사는 수행기사를 기다리느라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각이었다" 따위의 말을 해버렸다.
세상에 죽어도 되는 죽음은 없다. 국가는 모든 국민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