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하우스> 책 표지
농담과진담
- 책 출간이 처음은 아니지만, 소설책이라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심인보 기자하고 함께 썼던 게 <죄수와 검사>라는 논픽션이었죠. 논픽션은 있는 세계를 전달하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소설은 없는 세계를 창조하는 거잖아요. 제가 창조한 세계는 온전하게 나만의 것이죠. 그래서 내 새끼 같은 느낌이 더 커요. 게다가 최근 22년 동안 했던 기자 생활을 접었고요, 또 큰 병은 아니지만 암에 걸려서 수술도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거든요. 그 와중에 나온 거라, 이 책은 기자를 그만두고 또 병에 걸렸던 김경래를 증명하는 일이거든요."
- 기자가 말도 안 되는 걸 기사로 썼을 때 소설 쓴다고 비꼬잖아요. 근데 진짜 소설을 썼어요.
"제가 저자의 말에 '기자가 소설을 쓰면 망조다, 그래서 나는 기자를 그만뒀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썼죠. 기자는 사실을 다루는 직업이잖아요. 사실을 파악하고 사실과 사실을 연결하는 작업이 기자의 일인데 이 과정에서 적용이 되는 직업적인 방법론이 꽤 엄격합니다. 그런 엄격함이 양질의 기사 만드는 이유죠. 그래서 저는 그 엄격함에 대해서 자부심 갖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한 측면도 있었어요."
- 어떤 측면에서 답답하셨어요?
"농반진반인데, 저는 어릴 때부터 말 꾸며내는 걸 굉장히 잘했거든요. 근데 잘하는 걸 (기사에선) 못하죠. 그러니 저는 답답한 거예요. 아직은 소설을 한 번 써봤기 때문에 소설이 뭔지 아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소설가가) 기본적으로는 꾸며내는 말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보거든요.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말 꾸며내는 걸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리고 사실에 대한 엄격함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이 있어요. 물론 소설가는 사실에 대한 엄격함이 아니라 자기가 창조한 세계의 질서에 대한 엄격함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보거든요. 거기서 나오는 재미를 당분간 만끽하면서 글을 쓰고 싶어요."
- 기자 생활하며 소설 쓰는 기자도 많은데 퇴사 후 출판사까지 차려서 책 낸 거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은 제가 멀티테스킹이 잘 안 돼요. 라디오 진행을 2년만 하고 그만둔 건, 기자 생활과 라디오 진행 동시에 하면 둘 다 망하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지금도 기자와 소설가를 둘 다 양립할 수 있겠느냐 하면 저는 그 정도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부업으로 소설가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기왕 시작한 거 승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 승부라는 게 어떤 문학상을 받겠다는 게 아니에요. 제가 재미있는 세계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 것인가를 스스로 시험해보고 이겨보고 싶은 거죠. 그래서 한 5년 정도 열심히 한번 써보고 되면 가는 거고, 아니면 접을 겁니다. 제가 한 5년 썼는데 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접고 다른 장사를 하든지 아니면 남의 책을 내든지 다른 길을 찾아아죠."
- <삼성동 하우스>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의혹을 모티브로 한 거죠. 어떤 이유에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지난 2016년에 이건희 회장 성매매(의혹) 보도를 취재하면서도 '굉장히 드라마틱한 스토리'라고 생각했어요. 누가 이런 걸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쓸 생각은 없었어요. 기자들은 한 사건이 끝나면 바로 다음 사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특별히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잖아요. 탄핵이 될 때 박근혜 대통령한테 뇌물을 제공한 삼성전자 이재용 당시 부회장도 감옥에 갔습니다. 그때 '아 삼성의 권력도 이렇게 해체가 되는구나. 이제 예전 같지 않구나'라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2021년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됐고, 이때 과정이 또 굉장히 코미디였죠. 언론들도 이 부회장 사면하라는 기사가 많았고, 또 여론조사 하면 사면해야 된다는 여론조사가 더 높았어요. 탄핵으로 만들어진 문 정부도 법무부 (심사)규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이 부회장을 석방시켜 논란이 됐던 거예요(관련 기사:
이재용 위해 가석방 심사 기준 낮췄다?... 대체로 사실 http://omn.kr/1ut1t ).
물론 비판 여론이 있었죠.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부회장에 여론이 우호적이기 때문에 문 정부도 그렇게 진행한 거예요. 그래서 그때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한국 사회에서 삼성이라는 포지션이 본질적으론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착각했다'라고 생각했고, 아무도 안 쓰니까 제가 쓰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과거에 소설을 써 본 경험이 있었던 건 아니지 않나요?
"이게 아까 말씀드렸듯이 기자는 이야기를 쓰는 직업이죠. 이건 (작가와) 본질적으로 같고요. 개인적 스토리이지만 어릴 때부터 옛날이야기를 되게 좋아했어요. 저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집이 잘 살았어요. 전래동화 전집이 10권짜리가 있어서 그걸 거의 외웠어요. 그리고 제가 1학년에 입학했을 때 담임선생님은 자기가 쉬고 싶으면 저를 교탁에 불러놓고 애들한테 옛날 얘기해주라고 했거든요. 저는 그 뒤로 소설가의 꿈을 꾸지는 않았고, 대학 때 대학 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응모해 본 적은 있는데 떨어졌어요. 다만 말씀드렸듯이 기자라는 직업이 이야기를 쓰는 직업이라면 저는 매일 (그 과정에서) 소설 쓰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기자들이 세상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