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에 입장한 민주당 소속의원들은 자신의 자리 앞에 ‘인권조례 폐지반대’ 손팻말과 함께 '사회적약자 보호하는 충남인권조례 폐지반대'펼침막으로 들고 의사당 내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영근
제10대 충남도의회가 동성애, 이슬람 반대라는 혐오 주장을 받아들여 2018년 5월에 인권조례를 폐지했는데, 이에 앞장섰던 의원들은 6월 지방선거에서 모두 낙선했다.
새롭게 구성된 제11대 충남도의회는 인권조례는 당연한 것이라며 9월에 '충남인권기본조례'를 제정했다. 당시 인권단체 '부뜰'은 인권조례가 실효적이어야 한다며, 도민의 의견을 모으는 집담회 등을 추진했다. 조례에 따른 지역인권위원회가 허수아비가 아니라 실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마치 국가인권위처럼 충남도에도 독립적 충남인권위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도의회는 서둘러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도의회도, 도지사도 제정된 인권조례가 주민의 삶과 행정에 인권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인권조례가 제정됐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행정이 '인권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인권조례에 따라 인권의 가치와 원칙이 행정과 주민에게 녹아들었다면, 혐오차별 주장이 그렇게 힘을 받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권조례 폐지 사태를 겪었음에도, 의회나 집행부 모두 조례를 '제정'하는 것만 관심이 있었을 뿐, 어떤 조례여야 하는지나 조례의 실효성엔 무관심했다. 결국 새로 제정됐음에도 조례의 한계로 인해 인권행정 전담부서도 없이, 충남인권위원회는 주민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독립적으로 권고를 발표하기 어려웠고, 그 결과 3기 충남인권위의 권고는 도내 기초지자체의 인권 제도와 관련해 권고 1건, 위원장 명의 성명 발표 1건으로 그쳤다.
인권침해 상담과 권리구제를 담당하는 충남인권센터는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도 자치행정과 소속으로 있으며, 공무원의 의식 변화에 중요한 인권교육은 형식적으로 진행됐고, 인권기본계획은 '계획'에 그치고 있다.
2022년 제12대 충남도의회가 구성됐고, 다수당이 바뀌자마자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다. 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으며 혐오를 방치하는 국회의 책임이 일차적이지만, 인권조례가 여전히 행정과 주민의 삶에 안착되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권보장이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단체장과 의회, 공직자의 사명보다는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는 공무원들, 독립적 인권기구 규정이 없는 조례 자체의 한계, 인권시민사회의 역량 부족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뿌리 내리지 못하는 인권조례라면, 인권조례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진 않다. 인권조례는 지자체의 기본 규범이 돼야 마땅하다. 실효성을 위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지역인권기구를 규범에 담아야 한다.
국가인권위와 달리 지역인권위는 자문기구다.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인권 행정이 좌우된다. 단체장이 인권에 관심이 없으면 인권 행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에 처한다. 또한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인권 의식을 높이기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시민의 상식에 못 미치는 혐오 주장을 다수라 여겨 따르거나, 눈치를 보는 정치권은 존엄한 삶, 공존하는 삶을 지향하는 시민들은 차별과 혐오를 용납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이 공유하는 감각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권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학생·청소년 시민 참여로 제정된 충남학생인권조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