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정미면 인권지도에 참여한 어린이가 그린 그림
이진숙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은 작년 충청남도 인권 기본조례 제12조에 의거 효율적 인권보장 및 증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충청남도 인권보호 및 증진활동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지역주민이 직접 동네를 돌며 이웃과 공동체를 인권의 눈으로 살펴서 지도에 담아내는 '우리동네 인권길라잡이가 만드는 인권지도'다.
인권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시골이라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장애인이니까 "그냥 참는다"고 밝혔다.
"우리 동네 (공공)청소년시설은 공부 할 때만 방(공간)을 빌려줘서 저같이 과자 먹고 수다 떠는 애들은 노래방이나 카페 가아죠."
"여기는 시골이라 길이 위험해서 학교 갈 때 저희가 조심해야 해요."
"인도가 울퉁불퉁하니까 휠체어 타고 차도로 나가는데 우리 때문에 승용차가 빵빵대면 미안하죠."
"장애인 화장실에 비품을 쌓아두는 건 공간 효율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요." - 충청남도 인권지도 참여자 인터뷰 중에서
기존의 사회질서가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겼던 사람들은 동네를 직접 다니며 살펴보고, 동료 시민들끼리 해결 방안도 토론해보며 그 내용을 인권지도에 기록하는 '어떤 계기'를 만나 이렇게 말한다.
"학생 청소년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많아지는 방향으로 우리 지역에 변화가 있어야 돼요."
"시골 주민들을 위한 안전, 건강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휠체어가 차도로 다녀서 모두가 위험해지는 건 인도를 정비하지 않은 지방정부의 책임 아닌가요."
"행정복지센터의 화장실 접근권은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 충청남도 인권지도 내용 중에서
이러한 확신을 갖게 된 사람들은 해당지역 통장과의 면담, 행정복지센터에 직접 민원, 같은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며 작게나마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해결을 위한 실천을 모색한다.
동시에 지역사회는 침묵으로 위장된 평화가 아닌 건강한 비판과 그에 따르는 갈등 해결 과정을 통한 지역사회의 실질적 안녕을 도모하게 된다.
물론 한두 번 단발적 사업으로 지역사회에 인권친화적 문화가 한 번에 형성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속되던 따스한 햇볕에 나그네가 슬그머니 겉옷을 벗듯 지역주민 서로 간에 눈높이를 맞추고, 지역주민과 행정간 교집합을 서서히 늘려가다 보면 차별로 위축되던 사람들이 수면 위로 등장하지 않을까. 결국 우리 동네를 인권친화적 방향으로 디자인해보자고 목소리 내기 더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지방정부 채무 방기하면... 고통 받는 건 지역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