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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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부천지원 법정에서는 군에서 가혹행위, 모욕 등 괴롭힘 등을 당한 이아무개씨의 피해사실에 대한 선고재판이 열렸다. 이날 선고재판에서 재판부는 선임 A가 후임 병사인 이씨에게 모욕, 욕설 등을 한 혐의가 모두 인정돼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날 법원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이씨는 현재 충남 예산에 거주하고 있다. 군에서 복무 중 손목을 다쳐 수술하고 지난 8월 2일 전역했지만, 이씨는 여전히 군에서의 악몽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정신과 치료와 약물복용에 의존한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에 이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손목 부상' 그 이후 심해진 괴롭힘
이씨가 한 부대에 복무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2월이었다. 훈련소에서 자대배치를 받고 생활관(내무반)에 들어선 첫날, 관물대에 짐을 넣고 있던 이씨는 고참 A로부터 짐을 빨리 정리하지 못한다며 '야 XX, 빨리빨리 안햐냐'는 욕설을 들었다. 이씨의 군생활은 이렇듯 불행하게 시작됐다.
그 뒤 3월 경 이씨가 야간 근무를 나가면서 관물대의 전투모를 급하게 가져가기 위해 침상을 전투화로 밟는 등의 실수를 하자, 고참 A은 "미친 XX, XX, 이 XX"라는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고참 A는 평소에도 이러한 욕설을 자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 등이 법원에 제시한 군내 단체문자방이나 진술서에 의하면, 2021년 2월 이씨가 전입한 첫날부터 욕설을 한 것은 물론, 평소에도 동료 병사들에게 'XXXX', 'XX', 'XX'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곤 했다.
심지어 생활관 내 자신의 고참에게까지도 욕설을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씨가 포함된 전투지원중대 병사 단톡방에서 고참 A는 자주 욕설을 했고, 심지어 이씨가 그린캠프(육군에서 시행하는 교육·상담 프로그램)에 입소하게 됐을 때 위 단톡방에서 함께 동반 입소해야 하는 동료병사를 위로한다며 이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을 올려 성적 모욕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고참 A는 수시로 다른 병사들 앞에서 이씨에게 폭언과 욕설을 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참 A는 왜 이렇게 이씨에게 욕설과 폭언, 모욕을 했을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이씨는 자신의 손목 부상에서 이같은 괴롭힘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이씨가 근무하던 부대는 4.2인치 박격포를 운용하는 부대였다. 100kg 가까운 무게가 나가는 박격포 하나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명의 부대원들이 한 조를 이뤄 훈련해야 한다.
병사들은 평일 주간에 주로 박격포를 옮기고 설치하고 이동하는 훈련을 매일같이 반복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거운 포신·포판 등을 자주 옮겨야 했다. 이러한 조포훈련 과정에서 부대원들은 항상 부상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이씨 요역시 자대배치 후 자주 반복되는 훈련 과정에서 손목에 부상을 당하게 됐다.
손목 부상을 당한 이씨는 2021년 3월 30일 함평에 있는 '국군함평병원' 정형외과에서 외래진료를 받게 됐다. 당시 정형외과 담당 군의관이 작성한 진료기록에 의하면 이씨의 병명은 'ulnar impaction synd wrist bilateral' 즉, 척골충돌증후군이었다.
척골충돌증후군이란 '척측(새끼손가락 부근) 손목 통증의 질환으로, 손목 관절을 이루는 요골과 척골, 수근골(손목뼈) 사이에 반복적인 과도한 사용이나 외상 등으로 요골이 짧아지고 척골이 길어져 척골과 수근골이 서로 부딪히면서 손목에 통증과 쥐는 동작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는 질환이다. 당시 이씨를 담당한 군의관은 소견서에서 '무리한 작업이나 훈련을 피할 것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씨는 군의관의 권고대로 충분한 휴식과 훈련의 중단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이씨가 4월 20일 작성한 휴대전화의 메모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너무 힘들다. 그냥 누구 한 명 붙잡고 기대서 하루 종일 울고 싶다. (중략) 군대에서 아프면 제일 서럽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 솔직히 말로는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 하지만 상황이 닥쳤을 때 머리나 행동으로는 그게 안 된다. 그래서 아무리 아파도 티 안 내고 열심히 하다가 손목이 망가졌다.
의사 말로는 척골도 척골이지만 그 위에 연골이 완전히 망가져 걸레짝이 됐다더라. 아픈데 도와주면 뭐 하나 지금 아픈 이유로 꼴 보기가 싫단다. 보호대 차고 있는 거 자체가 꼴 존나 보기 싫단다. 휴가 나가서 무조건 치료 다 끝내고 격리 끝나면 보호대 절대 착용하지 말란다..." (4월 20일 이씨 메모)
부대 내에서 이씨의 부상 회복을 위한 보호조치가 미흡했던 것에 대해 2021년 10월 23일 이씨의 아버지는 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손목치료에 필요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항의했다.
"OO가 지금 그 얘기를 했던 거를 기억하시시냐고요. 중대장실에서 중대장님한테 OO가 면담하면서 '보호대 차지 말라고 했다'. O 병장이 차지 말라고 OO가 면담했었잖아요... 중대장님 기억하실 거 아니에요?"
위와 같은 부친의 항의에 중대장은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네, 아버님."
"5월이라던가, 정확한 날짜가 5월 좀 넘었던 것 같아요. 주말에 그때 제가 잠깐 얘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고참 A 때문에 고참 A가 좀 이렇게 과하게 OOO이랑 본인이 이렇게 지도를 하는 것이 있다. 그 다음에 가끔씩 혼난 적도 있다."
"손목이 아파서 모든 것을 열외하기는 힘들다. 중대장이, 다른 간부들이나 소대장도 '너는 가늠자만 들어라, 도판만 들어라' 이렇게 얘기를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좀 눈치가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것은 함께하고 있지만 자기가 융통성 있게 하겠다, 그 다음에 좀 강압적으로나 세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고참 A한테 따로 한번 얘기를 해서 '내가 지도를 해도 되겠냐' 이렇게 좀 물어봤어요."
즉, 중대장은 고참 A의 과도한 지도행위가 있었고, 고참 A가 부대원들을 '혼내고' 있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또한 손목보호를 위해 훈련이나 체력단련을 피해야 함에도 이씨는 소대원들의 눈치를 봐야 했던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융통성' 있게 훈련에 참여한다는 이씨의 대답은 그저 눈치가 보여 융통성 있게 하겠다고 대답했던 것이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중대장은 적극적으로 이씨의 훈련을 중지시키고 손목회복에 전념하도록 해야 했다.
실제 3월 31일 이씨와 중대장의 면담일지 내용을 살펴보면, 육군함평병원 군의관의 소견에 따라 훈련 등이나 체력단련을 열외시키며, 무거운 것을 들거나 하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교육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장의 이러한 조치는 실제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10월 12일 이씨 아버지와 중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중대장은 '보호대를 못 차게 해서 OO가 이 상황이 돼 가지고 수술까지 온 거' 아니냐는 아버지의 주장에 '맞아요, 아버님'이라며 보호대를 제대로 착용하는 등 보호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부대 관리 소홀과 무관심도 문제
이씨가 고참 A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은 코로나19 방역상황도 한몫했다. 이씨의 손목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자, 이씨는 휴가를 이용해 외부 치료를 받게 됐다. 당시 코로나가 심각한 시기였기에 부대에서는 외부 휴가자들이 부대로 복귀할 때 반드시 2주간 격리 조치 후 부대로 복귀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격리시설에 격리돼 있는 동안 부대원들과의 접촉은 일체 금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따라서 부내원들이 격리시설에 출입할 수 없음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고참 A는 격리시설에 격리 중인 이씨를 찾아가 '격리해제가 된 뒤에 손목보호대 착용을 하지 못하게 할 것'이며, '훈련 등에도 열외 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협박의 말을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실제 10월 23일 이씨 아버지와 중대장과의 통화에서 중대장은 이씨 아버지에게 "아버님, 고참 A가 격리실까지 찾아가고, 그런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가 그런 모든 24시간의 책임은 저한테 있지만"이라며 고참 A가 격리시설에 격리 중인 이씨를 찾아갔던 점을 시인했다. 이는 방역지침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이씨에게 부상에 대한 배려 없이 오히려 상급자의 강압적인 언사로 심리적 불안감을 안게 했다는 점에서 폭력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고참 A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했고, 결국 이러한 부대 관리 소홀과 무관심은 이씨의 손목과 마음의 상처를 더욱더 깊게 만들게 됐다. 이씨의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에 대해 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전역을 했음에도 이씨는 자신을 괴롭혔던 고참을 수사기관에 고소하게 된 것이다. 2년 여에 걸친 시간 끝에 자신을 괴롭힌 고참이 처벌받게 되었지만, 여전히 이씨는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실제 이날 재판에서 가혹행위, 모욕 등 행위가 모두 인정됐지만, 선고는 벌금형에 그쳤다. 피해자 이씨는 군 생활에서 고참의 괴롭힘에 대해 소대장, 중대장 등에게 여러 번 하소연했으나 모두 묵살당해 결국 이러한 후유증을 앓게 됐다며, 간부 등을 비롯한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을 모두 묻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 정비 또한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 사건 피고인인 고참 A의 대리인은 즉각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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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미친 XX"... 그 20대 병사는 왜 괴롭힘 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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