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규방공예가의 작품들.
최방식
"제자그룹과 강습·협업을 하다보면 배우는 게 참 많아요. 작품 완성도가 높아지는 거야 말할 것도 없고, 개인간의 깊은 교감을 할 수 있어요. 삶을 성찰하고, 아픔을 치유하며, 앞에 놓인 어려움을 풀어갈 힘을 얻거든요.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게 더 많아요. 바느질도(道)라고 하고 싶어요."
개인전을 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인 건 확실한데, 사회운동을 하던 자신이 규방공예(봉건사회 중상층 여성들이 하던)를 하는 게 괜찮을까 싶어 방황했던 것. 그때 전시회에 찾아온 한 후배의 말에 힘입어 계속할 수 있었다. "언니, 왜 진보적인 이들은 도덕결벽증이 그리 심한지 몰라."
경제적 문제를 묻자, '남편덕'이라 했다. 지금도 출근할 때 남편에게 "자아실현 열심히 하고 올게요"라고 인사하는 걸 잊지 않는단다. 대중성을 찾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작품 판매는 포기하고 산다고 했다. 제자그룹 수강료로 사무실 운영비 충당하는 게 고작.
"가족의 전폭적 지지가 없었다면 공방을 유지하기 어려웠죠. 재정난을 겪을 때마다 그만두려고 여러 번 고민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게, 그 아름다운 작품이 너무 아깝다'는 반응에 기운을 얻어 못 그만 뒀죠. 남편 월급으로 생계를 꾸렸는데, 아이들도 별 탈 없이 학업을 마치고 취업해 잘 살고 있어요."
전통공예를 왜 양평에서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자그룹 한 회원 이야기를 꺼냈다. 기자 방문 몇 시간 전 한 회원이 다녀갔는데, "공방에 오래 다니려고 알바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해 울컥했단다. 규방공예를 서울에서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자신이라도 깨야 할 것 같아 고집스럽게 양평에서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래서 제자 회원들이 세포분열을 하는 걸 도우려고 합니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도록요. 원하는 분 있으면 제 기술을 모두 전승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협업하는 걸 기록(사진, 에세이 출판)으로 남기고도 싶어요."
매듭의 설화가 떠올랐다.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자가 왕이 될 것이란 전설. 동방원정을 앞둔 알렉산드로스 3세가 풀려다 안 되자 단칼에 잘라버려 해결했다는 이야기. 2천여년 전 북위(北魏) 한 군주가 아들들에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보라 하자 칼로 잘라버렸다는 한 아들의 '쾌도난마'(快刀亂麻)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