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2021년 9월 대전 낭월동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
박진우
제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대전형무소 재소자 1800여 명 이상이 충남지구 CIC(방첩대)와 제2사단 헌병대, 대전 지역 경찰 등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집단 살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골령골 학살은 주한미국 대사관 소속 육군 무관 에드워즈(Bob E. Edwards) 중령이 작성한 골령골 학살 정보 보고서 <한국에서의 정치범 처형>(Execution of political prisoners in Korea)과 미국 극동군사령부 주한 연락사무소(KLO)의 총책임자 애벗(Leonard J Abbott) 소령이 촬영한 학살 현장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 되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2021년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발굴된 유해로 74년 전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작성된 수형인명부에 의하면 1949년 7월 4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한 사실이 등재돼 있다.
신원이 확인된 고 김한홍 선생은 제주시 조천면 북촌리 출신으로 4·3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서 숨어 지내다 1949년 1월 말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소문에 자수하고 주정공장수용소에 수용된 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됐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고 김한홍 선생의 사돈도 대전형무소에 같이 수감되었으나 유해를 찾지 못했다.
손자인 김준수씨는 4‧3 당시 대전형무소에는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같이 수감되어 있었으나 이번에 할아버지의 신원만 확인이 되었고, 외할아버지의 신원은 확인되지 못했다. 어머니는 기쁜 마음도 있지만 친정 아버지의 신원이 확인되지 못함에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하고 있다"며 4천여 행방불명 유가족의 아픔을 대변했다.
올해 진실화해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추진하는 유전자 검사는 한국전쟁 전후에 희생된 민간인 유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경북 경산 코발트 광산과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 경남 산청 와공리, 경남 진주 진성고개 등 전국에서 발굴된 3900여 구가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되어 있는데 이 중 유전자 시료 채취가 용이한 2000구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현재 70구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완료하였다.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 4‧3 당시 대전으로 끌려간 희생자 유가족 50%를 이미 채혈하여 유전자를 확보하였고, 이번에 세종 추모의 집 유해 중 70구를 검사한 결과 1구가 4.3 희생자 유가족과 일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전자 검사는 아들과 손자까지 채혈하여 신원을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고 김한홍 선생의 아들은 아버지의 유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지난 2020년에 사망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 유전자와 행방불명된 희생자 후손의 채혈로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발굴된 유해 중 신원이 확인 안된 유해는 273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