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섬에서 본 바다색동해, 서해와 다르게 남해안의 바다는 색깔이 다양하다. 하늘, 구름, 바다 속 땅의 색이 모두 영향을 준다. 여러 화가의 합작품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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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서 경남 남해를 가려면 섬진강을 따라 내려간다. 하동의 끝자락에서 노량대교나 남해대교를 건너면 남해군으로 들어간다. 행정구역 모든 곳이 다 섬이다. 남해도, 창선도를 비롯하여 유인도 3개와 무인도 70개로 구성되어 있다. 큰 섬 두 개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기에 육지에서도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5월 초 연휴를 맞아 차를 몰았다. 어린이날 아이들은 슬펐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비바람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인 우리는 어떠한 날씨에도 적절한 즐길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흐리고 비가 오는 바다는 또 어떤 색을 보여줄지, 화창하게 갠 수면은 얼마나 눈부신 윤슬을 보여줄지, 기대감에 부풀었다.
첫날은 식사와 숙박 모두 야외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단골집에서 미리 고기를 시켜놓고 배송을 기다렸다. 목적지로 삼은 장소가 취사가 불가능한 곳은 아니지만 최대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어야 우리도 편하고 민폐도 끼치지 않기에 모든 반찬은 미리 만들어 반찬통에 넣었다.
위성지도를 통해 미리 보아둔 곳에 다행히 사람이 없었다. 재나 기름이 바닥에 떨어지면 오염이 될 수 있으니 미리 깔 거리를 준비했다. 식사가 끝나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집으로 가져오면 된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집게와 가위를 놓고 와서 차로 15분 거리의 편의점을 다녀오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재미나고 맛있는 식사를 무사히 마쳤다.
숙박지는 남해바다정원이라고 이름 붙은 작은 주차장으로 정했다. 차량 밖으로 설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주차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차박이다. 이런 것을 소위 '스텔스 차박'이라고 한다. 물론 이마저도 주차하는 시민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갔던 곳에는 우리 외에 딱 한 대의 차만이 있었으므로 주변에 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곳곳에 들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