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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실종 전단 붙이면 불법? "잃어버린 가족 찾는데"

[제보 취재] 용산구청 "민원 들어와 행정 처분"... 동물권 변호사 "비영리 목적이라 해당 없어"

등록 2024.08.02 09:56수정 2024.08.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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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씨가 잃어버린 고양이 '난이'의 실종 전단지.

김씨가 잃어버린 고양이 '난이'의 실종 전단지. ⓒ 제보자 제공

 
잃어버린 반려묘를 찾으려고 거리에 실종 전단지를 붙인 보호자가 최근 관할 구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전단지를 못 붙이게 하면 반려동물 찾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려묘 '난이'를 잃어버리고 지난 몇 달간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시 용산구 구내에 실종 전단지를 붙였던 김아무개(34)씨는 지난 7월 31일 용산구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 사전통지서를 받았다. 

실종 반려묘 찾는 전단지 붙였다고 과태료 수십만 원 부과

해당 통지서에는 김씨가 '불법 유동광고물(전단지)'을 용산구 일대에 붙여 수십만 원이 과태료로 부과될 예정이라고 나와 있었다. 이에 김씨는 용산구청을 직접 찾아 자신의 반려묘가 가족이나 다름 없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과태료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용산구청은 "해당 민원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무조정실까지 들어간 상황"이라면서 "2차로 위반 시에는 금액이 커지고 시정이 안 되면 용산구청으로부터 고발 조치 당할 수도 있다"고 안내했다.

용산구청은 지난 6월 김씨에게 반려동물 실종 전단지로 인해 민원이 들어왔음을 알리면서 이미 '계도' 처리를 했으나, 반려묘와 '가족'으로 5년을 함께 살았던 김씨는 "전단지를 붙이는 일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계도 이후에도 김씨는 지인들과 함께 용산구 내에 실종 전단지를 붙였다. 그 결과 용산구청은 김씨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김씨는 1일 <오마이뉴스>에 "반려동물 실종 전단을 불법으로 간주하여 부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반려동물을 찾지 말라는 의미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건 문제 없다길래 그것도 해봤지만, 한계를 느꼈다. 제보의 95% 이상이 벽에 붙은 전단지를 보고 올 정도였다"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아직 자신의 반려묘를 찾지 못했다.


용산구청의 과태료 처분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물권 관련 활동을 하는 김소리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비영리 목적의 광고물, 즉 '미아 찾기, 교통사고 목격자 찾기 등을 위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옥외광고물법 제8조)에는 적용이 배제되는 조항이 있는데 반려동물 실종 전단의 경우 명확히 비영리 목적인 데다, 미아 찾기 등 열거된 예시에 가족인 반려동물 실종 전단을 뺀다는 해석은 잘못됐다"라고 짚었다. 

또한 김 변호사는 "무엇보다 현재 시행 중인 반려동물 등록제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실종 동물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전체적인 법제 방향과도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 법은 반려동물 등록제 도입을 통해 동물을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비되고 있는데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전단지를 붙이지 못하게 하는 건 문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실종 동물 찾는 데 가장 효과적인데"... 용산구청 "공익 목적으로 보기 어려워"

반면 용산구청에서는 이를 공익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 건설관리과 광고물관리팀 관계자는 1일 <오마이뉴스>에 "(실종 전단지가) 정해진 장소가 아니라 임의로 부착돼서 신고가 들어왔고 계도를 했음에도 시정되지 않아 민원이 여럿 들어오다 보니 행정 처분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반려동물을 잃어버려도 전단지 자체를 붙일 수 없어 반려동물을 찾는 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산구민인 곽민지(38)씨는 "반려견 순찰대로 용산구 지역사회에도 공헌하는 구민으로서 용산구의 대처에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낀다"라며 "현재 보호자가 동물 등록을 해도 로드킬을 당하면 가족에게 확인 절차 없이 사체가 소각되는만큼, 평생 반려하는 데 필요한 구청의 제도적 도움 없이 보호자를 궁지로 몰아넣는 처사는 개선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7월에 서울 마포구에 붙인 전단지 덕에 제보를 받아 잃어버렸던 반려견을 찾은 한 동물단체 관계자 또한 1일 <오마이뉴스>에 "동물을 찾는 데 전단지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잊어버렸을 경우 포인핸드(반려동물 입양 사이트)나 당근마켓(동네 생활 플랫폼)에도 (반려동물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지만 거리에 붙이는 전단지를 통해 찾을 확률이 가장 높다. 7월에도 거리에서 전단지를 본 사람에게 전화가 와서 반려견을 찾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향후 국민신문고를 통해 반려동물 실종 전단지가 불법 광고물인지 여부에 대해 행정 해석을 요구하는 민원을 신청할 계획이다. 
#반려동물실종 #반려동물실종전단지 #용산구청 #옥외광고물법 #과태료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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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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