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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 염색체' 보도 유감

등록 2024.08.02 19:30수정 2024.08.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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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예선전에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왼쪽)를 꺾은 알제리의 이마네 켈리프(오른쪽)가 경기를 마친 후 기뻐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예선전에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왼쪽)를 꺾은 알제리의 이마네 켈리프(오른쪽)가 경기를 마친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경기에서 이마네 켈리프 선수(알제리)의 기권승을 놓고 언론들이 'XY염색체'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XY 염색체' 여자 복서의 돌주먹... 올림픽 복싱 '성별 논란'(https://omn.kr/29njm)
여자 복서 '성별 논란'에 IOC "그들은 피해자, 학대 안타까워"(https://omn.kr/29npl) 

언론은 이 문제를 찬성과 반대로 양분하여 다루는데 트랜스젠더 당사자로서 심각한 우려와 실망을 표합니다. 이는 국내외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찬반으로 나누는 혐오와 시혜의 관점에서 나온 납작한 주장입니다.

논의에 앞서 개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 지정된 성 (sex) : 태어날 때부터 신체적 특징으로 발현되는 성별을 뜻합니다. 이 글에서는 지정성별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 젠더 정체성 : 개인이 깊이 느끼고 있는 내적·개인적인 성 역할로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 지정된 성과 일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체에 대한 개인적인 의식(내과적·외과적 혹은 기타의 방법으로 신체의 외형이나 기능을 변형하는 것도 자유로이 선택한 것이라면 포함할 수 있다)이나 의상, 말투, 버릇 등 기타의 젠더 표현을 포함합니다.

- 트렌스젠더 : 젠더 정체성과 태어나 지정된 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용어.
 
- 간성인(인터섹스라고도 함) : 성 구별이 있는 생물의 성 염색체나 성 호르몬, 성 호르몬 수용체 등에 비전형적인 발생이 생겨 생식기 분화가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고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를 불완전하게 가지고 있는 것, 즉 양성의 신체적 특징을 불완전하게 함께 가지고 있는 상태.


- 논바이너리(non-binary): '비 이분법적'이라는 뜻으로 기존의 남녀 이분법에서 오는 제약을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 또는 그런 개념의 사람.

- 젠더퀴어 : 자신의 지정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고, 그 성별 정체성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상태 또는 그런 사람.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이마네 켈리프는 출생 시 지정성별 여성이었고, 여성으로 살면서 여성 대회에 출전한 선수입니다. 이 문제는 2023년 세계복싱협회(IBA)가 주최한 세계선수권대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협회는 켈리프 선수가 러시아 선수를 이긴 직후, 추가 검사를 통해 XY염색체를 가지고 있어 출전 자격을 박탈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켈리프 선수가 이탈리아의 선수를 이기면서, 일부 언론들이 마치 이마네 켈리프가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인 것처럼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2004년 5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으며 이마네 칼리프 선수의 국가인 알제리는 트랜스젠더 존재를 부정하고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켈리프 선수가 수술하지 않은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간성인(인터섹스) 선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이란 체네에서 남성 호르몬(안드로겐) 수용체가 결핍되거나 이상이 생겨 신체가 안드로겐에 반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유전 장애입니다. 안드로겐 수용체가 단 하나도 작동하지 않아 외관상 여성으로 발달하고, 신체가 여성적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여성으로 출생 신고하고 성별 정체성이 여성으로 형성되므로 태어난 후 자신을 여성으로 알고 살아갑니다만, 염색체 검사상으로 XY로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을 비롯한 알제리 측 모두 직접적으로 염색체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IOC도 문제 없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XY염색체가 평등을 위배한다는 식의 기사는 장애와 성소수자에 대한 몰이해와 혐오적 시선을 부추기는 잘못입니다.

XY염색체라고 해서 '무조건' 신체적으로 월등한 경기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이탈리아 선수를 이긴 이마네 칼리프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지정성별 여성인 아일랜드 선수한테 패했고 이 점은 어떤 지적도 받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국제 경기나 스포츠에서 도핑에 사용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계열의 경우 성별과 무관하게 남성 호르몬을 강제로 주입시켜 근육량이나 운동량을 발전시킵니다. 하지만 언급된 선수들의 경우 XY염색체이지만 실질적으로 남성호르몬을 수용하는 수용체가 없고, 설사 있다 해도 남성호르몬의 작용이 미비하기 때문에, 체격 차이나 운동량 차이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 할 것입니다.

<한겨레>에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대회 출전 관련해 기고한 심기용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 활동가는 본인 SNS에 "기사의 찬반 구도 자체가 문제적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이 이슈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더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며 찬반 구도의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염색체로 경기 하나, 프레임 자체가 너무 악의적이다"라고 비판 의견을 밝혔습니다.
#파리올림픽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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