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그림 그려 이긴다

등록 2003.05.11 20:49수정 2007.06.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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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치매 환자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이색전시회 <어른마음 아이마음전> (5월 6일-13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장안구 만석공원 내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린 이 전시회는 치매미술치료협회(회장 신현옥)가 99년부터 해마다 열어온 전시회로 해를 거듭할수록 치매미술치료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더 많은 관객이 전시회를 찾고 있으며 관련분야 전문가들도 이 분야를 더욱 주목하고 있다.

전시회는 크게 그림 전시와 임상 사례 발표 세미나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전시 부분은 1층의 노인성 치매 환자의 그림 전시와 2층의 지역사회의 전문 화가들의 그림 전시로 구분된다. 협회 소속 미술치료 전문가는 관람객에게 그림을 해설하여 노인성 치매와 치매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관람객은 치료 초기의 그림과 후기의 그림을 비교하여 선의 사용과 색감각, 방향감각 등의 향상을 살펴보며 미술치료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전시회를 본 많은 관객들이 남긴 약 500여 통의 감상문은 관람객의 적극적인 감상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교수에서 초등학생, 장애인에서 사회 복지전문가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관람객이 감상문을 써냈는데 특히 가족단위로 관람을 온 나이 어린 학생 관객들의 감상문은 이 전시회가 상당한 교육적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송죽초등학교 6학년 김은혜 양은 "미술관에 전시된 치료 전과 후의 그림을 보니 치매도 불치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장안구 정창열씨(77)는 "공원 산책 나왔다가 이곳에 들렀는데... 치매로 고생하는 분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그린 것을 짐작하고 감명을 받았다"고 적고 있으며, 송죽동의 주부 문영미씨는 "제 어머니도 치매 초기에 계신데 지금은 운동치료만 합니다. 이렇게 그림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되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협회는 또한 지난 10일(토) 동 미술관 2층에서 제6회 <노인성질환 미술치료 세미나>를 개최하고 '지남력 장애와 미술치료' 등 총 5 건의 임상사례를 발표하였다. 각각의 임상사례는 치매환자가 미술치료 초기에서 후기로 갈수록 두드러지는 다양한 호전반응의 특징에 주목했다.

세미나를 총평하면서 신혜옥 회장은 구체적인 임상 사례를 자료로서 수집하려는 연구자들이 참석한 점에 대해 반가움과 함께 우려를 표했다.


신 회장은 10년 전 자원봉사로 출발했던 당시의 자신의 초발심을 강조하며 "노인성 치매는 매우 다양한 원인과 기전이 있으며 사례를 자료로 수집하여 분석한다고 해도 그런 형식적인 접근으로는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자료를 수집하더라도 개별 환자의 삶을 모르고서는 올바른 분석이 불가능함을 강조했다.

치과 의사이면서 협회의 명예회원인 강지승씨(37 치과의사)는 "미술을 통한 치매 치료가 세계적으로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인 시도"이며 "특히 70년대에 시작된 음악치료가 환자를 수동적으로 만드는데 반해 미술치료는 환자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초창기인 이 분야의 연구자가 좀 더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는 "노인 복지와 문화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다음 해엔 장안 공원 등의 열린 공간에서 전시회를 주최하여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간병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치매 노인을 가족이 동반해 올 경우 치매미술치료전문가가 치매 노인에게 미술치료를 실시하고 가족은 공원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 사회와 지방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제한 후 "식사 제공을 위한 음식 후원 등 매우 구체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때 보다 실질적인 지역 주민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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