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 임박.. 복잡한 정치권 기류

등록 2007.03.27 18:58수정 2007.03.2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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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타결시한이 임박하면서 정치권에 복잡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 민생정치모임 소속의 천정배 의원 등이 한미 FTA 체결 반대 단식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범여권 제정파간에 반 FTA 연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원칙적으로 찬성론을 견지하면서 범여권의 FTA 반대 움직임을 `정치쇼'로 몰아붙였지만 농촌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일각에서는 반대 내지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당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집권여당의 위치에서 정부의 한미 FTA 협상을 뒷받침해왔지만 여당의 지위를 잃은 현재는 추진 동력이 떨어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분화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당은 한미 FTA 평가단을 구성, 면밀한 손익계산을 통해 당론을 정하기로 하는 등 협상의 마지노선을 확보하기 위한 모양새를 갖추며 반대여론 진화에 나섰다.

우리당은 27일 오전 FTA 특위를 열어 협상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과 '얻어야 할 것' 각각 5개항을 담은 성명서를 한미 양국 협상단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에 서명한 의원이 42명에 그치는 등 당 지도부의 구심력 부족을 절감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당내 기류는 FTA 특위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특위가 성명서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전달하려고 하자 특위 소속 채수찬 의원이 "당내에 무조건 반대에서 찬성까지 여러 스펙트럼이 있는 상황에서 당 입장인 것처럼 발표하면 분란이 있을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정세균 의장은 "협상이 잘 되도록 고민하는 것인 데 여기서 그런 얘기하는 것은 좀 그렇다"며 언짢아했고, 결국 송영길 특위 위원장이 "당 입장이 아닌 42명의 의견으로 전달하는 형식으로 하겠다"면서 상황을 진화했다.

여기에 우원식·문학진·최규성 등 민평련 소속을 중심으로 한 우리당 의원 10명도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한미 FTA 간담회를 열어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등 당내 반대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헌법상 체결 동의권을 갖고 있는 만큼 체결전에 국회 동의부터 받아야 하고 청문회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민생정치모임 정성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협상 진행과정 및 쟁점을 보고받고 논의하기 위한 모든 상임위 개최 ▲상임위별 공청회 개최 및 입장 보고서 채택 ▲국민대토론회 개최 등 3가지를 제안했다.

정파별 각개약진식 움직임은 한덕수 총리 지명자 인준 반대 및 청문회 실시 등을 고리로 본격적인 연대로 발전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천정배 의원이 26일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데 이어 김근태 전 의장, 임종인 의원도 27일 단식농성에 합류했고,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이날 천 의원을 방문해 연대 의지를 밝히면서 ▲국정조사 실시 ▲청문회 실시 ▲한 총리 지명자 인준 부결 등 3대 제안을 공개 제안했다. 김 전 의장과 천 의원은 26일 오찬을 함께 하며 한미 FTA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은 원칙적 찬성 입장 속에서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 FTA 체결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향적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27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 프로그램에 출연, "협상이 마무리되면 하나하나 평가해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지 판단하겠다"면서 "경제적 실익과 양국간 윈-윈을 위한 것인 만큼 (국익에) 도움이 안되면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오을 의원 등 농어촌 출신 일부 의원들도 이 같은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범여권 대선주자의 한미 FTA 반대 움직임에 대해서는 `표를 얻기 위한 쇼'라고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나경원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장관을 지냈던 범여권의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FTA 반대를 외치고 나선 것은 표만 생각하는 대선용 정치쇼"라면서 "협상 결과를 지켜본 후 차분하게 국익의 관점에서 찬반을 가려도 늦지 않다"며 지적했다.

이주영 수석정조위원장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근태, 천정배 의원의 FTA 단식 농성은 한 마디로 FTA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으로 대표적 여권 (대선)주자로서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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