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열린 채널> 작품 선정 논란

'불선정 사유 공개' 요구...<열린 채널> "한달에 4-5편만 방송 가능"

등록 2007.06.25 12:09수정 2007.06.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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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닫힌 채널> 회원들이 KBS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닫힌 채널> 회원들이 KBS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닫힌 채널

요즘 여기저기서 '표현의 자유'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당연히 할 말은 하겠다는 사람과 이를 막는 집단 간의 싸움이다. 꼭대기로 올라가면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선관위가 내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에 맞서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업으로 삼고 있는 기자들도 최근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금 들어가면 표현의 자유 때문에 목숨을 건 사람들도 있다. 거대 자본에 맞서 시사저널 기자들의 싸움이 1년째 계속되면서 거리에서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편집권 수호' 투쟁을 전개 중이다. 사진작가 이시우씨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무시무시한 그물에 걸려 차디찬 감옥에 갇혀 있다.

그나마 이 사람들은 '불만이 무엇인지' 언론을 통해 소개된다는 점에서 축복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일반 대중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마땅한 공간을 찾기 힘들다.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연결됐지만, 여론 선도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매체'의 힘을 빌지 않으면 이들의 목소리는 대중들에게 전달되기 힘들다.

이런 모순된 사회구조 속에 태어난 것이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말 그대로 공공의 미디어 접근성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공영방송 KBS는 2001년부터 <열린 채널>이라는 시청자 자체 제작 참여 프로그램을 편성, 약자들의 작은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공영방송에서 처음 시도하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KBS <열린 채널>은 생길 때부터 각계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참여인원도 꾸준히 늘어 매달 자신들의 목소리가 담긴 작품들이 줄을 이었고, 생소한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들도 '참신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6년이란 시간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오면서 상업성에 기울지 않고 순수한 취지에 맞게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작품 선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1시부터 25분간 방송되는 <열린 채널>은 많아야 한 달에 5편의 작품을 송출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방송되는 작품보다 그렇지 않은 작품 수가 많아지고, 선정과정에서 탈락한 제작진들은 도대체 선정기준이 무엇인지 따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어떤 작품은 프로그램 제작진이 최종편집과정에서 영상을 잘라내는 일이 발생했고, 첨예한 문제를 다룬 한 작품은 아예 방송불가 판정을 받아야 했다. 이런 점 때문에 공영방송 KBS가 정부 정책과 자신들 입장에 반하거나 불리한 내용이 담긴 작품은 틀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참여자들의 불만은 계속 쌓여갔고, 이들은 인터넷에서 <닫힌 채널>이란 공간을 만들어 KBS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분명한 이유를 알고 싶다


5월과 6월에도 심사과정에서 뽑히지 않은 작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5월에는 반FTA 진영에서 제작한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이하 주권으로)라는 작품이, 6월에는 대학생 기자들의 편집권을 다룬 '우리 신문사 사장님은 총장님'이란 작품이 뽑히지 않았다.

'주권으로서'는 정부의 전력산업 민영화 정책을 비판하는 작품으로, 지난해 여수 산업단지 정전 사태 등 대규모 정전피해가 민영화로 인한 폐해에서 시작된다는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한다. 발전회사가 6개회사로 나눠지고 전력 생산과 공급 시스템이 분리되면서 각자 경쟁으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와 정전 문제 발생시 서로 책임 떠넘기에 급급한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한미 FTA 타결로 에너지 공공부문에 대한 무분별한 개방이 결국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양극화로 이어질 거란 우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권으로서' 제작진에 따르면 이 작품의 불선정 사유로 '일방적 주장' '특정업체 언급'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제작진은 그러나 "'일방적 주장'이라는 이유는 애초 소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퍼블릭 액세스' 취지와는 동떨어지고 특정업체가 언급된 부분 역시 모자이크 처리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제기되자 <열린 채널>은 나중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경쟁이 불가피"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열린 채널> 제작 관계자는 "알려진 불선정 사유는 일부분에 불과하며, 정확한 사유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서로 된 심사결과도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 <열린 채널>에서 방영되는 작품심사는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시청자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맡는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각자 독립 권한을 갖지만, 임명권은 KBS 사장한테 있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열린 채널> 관계자는 "매달 12~20편이 응모하는데 6명 위원들의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달라 다수결 원칙에 따라 작품을 선정한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한 달에 4~5편 작품이 방송되지만 나머지 작품이 불선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전파를 못 탄 작품은 '폐기처분'된 운명과 다를 게 없다. '주권으로서'팀은 이번 달 다시 재응모했으나 역시 채택되지 못했다.

'우리 신문사 사장님은 총장님'이란 작품 역시 불선정 사유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나는 '해당 학교로부터 시비가 걸릴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학보사의 편집권은 주간교수에 있으므로, 대학 언론기관의 통폐합 조치는 정당한 행동'이라는 이유다.

문을 활짝 열어 젖혀라!

a KBS <열린 채널> 홈페이지 첫 화면

KBS <열린 채널> 홈페이지 첫 화면 ⓒ 월요신문

박채은 미디액트 정책연구원은 "퍼블릭액세스에 모인 작품은 경쟁을 통해 순위를 정하는 공모작과는 다르다. 보통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순수한 의도와 달리,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방송권을 제한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한다.

방송법 70조 7항에는 시청자들의 방송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위성방송사업자로 하여금 시청자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명시돼 있다. KBS는 공영방송이지만, 퍼블릭 엑세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애초 기획대로 모든 시청자에게 '열린 채널'이 되려면 선정사유를 밝히고, 정당하게 시청자들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주간지 <월요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주간지 <월요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열린 채널 #닫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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