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탈레반 요구 후퇴... 고려할 만"
현지 소식통 "배형규 목사 자연사했다"

[아프간 현지보고] 탈레반 요구, '23명 맞교환'에서 '8명 석방'으로 낮춰진 듯

등록 2007.07.27 22:52수정 2007.07.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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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시민기자로 활동해온 아프가니스탄 저널리스트 다우드 칸 카탁이 현재 아프간 정부와 한국 협상대표단, 탈레반 무장세력간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질석방 교섭 상황에 대해 취재한 기사를 보내왔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신문 <파자왁 아프간 뉴스>의 기자이기도 한 카탁은 현지인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아프간 관계자들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해 외신보도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협상의 내막을 들여다보고 있다. 카탁 기자는 지난 6월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3회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으며, 이번 납치사건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해왔다. <편집자주>
a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 중 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돼 피살된 고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씨와 형 배신규씨가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에 마련된 피랍가족대채위원회 사무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피랍자 석방을 촉구하는 유가족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 중 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돼 피살된 고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씨와 형 배신규씨가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에 마련된 피랍가족대채위원회 사무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피랍자 석방을 촉구하는 유가족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인 인질들의 운명을 두고 아프가니스탄 정부 및 한국 정부협상단, 탈레반 지도부가 구성한 3인 협상단 간에 석방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탈레반 측은 금요일(27일) 저녁 다시 한 번 협상 연장을 선언했다. 당초 금요일 정오가 탈레반이 통보한 최종 협상시한이었지만 쌍방간에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지나갔다.

이번 협상 연장 사실은 아프간 정부측과 인질석방 협상에 임하고 있는 탈레반 3인 최고 지도부가 직접 발표했다.

앞서 가즈니주 탈레반 최고사령관인 마울비 사비르는 3인 협상단이 구성됐음을 발표했다. 사비르 사령관은 "탈레반 지도부가 협상단을 구성했으며, 이들은 인질 석방과 관련 협상단 협상결과를 지도부에 통보해 승인받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지시각으로 수요일(25일) 저녁 협상시한이 이미 지났지만 결과를 얻을 때까지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즈니 주지사 "탈레반 요구 많이 후퇴했다"

금요일 오전 탈레반 반군이 협상시한을 다시 이날 정오(한국시간 오후 4시 30분)로 연장한 가운데, 메라주딘 파탄 가즈니 주지사는 "협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아프간 정부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탄 주지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탈레반 반군이 '한국인 인질 22명과 탈레반 포로 23명을 교환하자'는 당초의 요구에서 많이 후퇴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측이 요구수위를 누그러뜨리고 있으며 주지사로서 고려해 볼 만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탄 주지사는 "왜 즉각 탈레반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인 인질을 석방시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직 걸림돌이 있다"고 밝혔다.


애초 탈레반 측은 1단계로 한국인 인질 8명과 탈레반 포로 8명을 맞교환하자고 요청했다. 또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종적으로 인질 22명과 탈레반 포로 23명을 맞교환하려 했다는 것.

파탄 주지사의 새로운 발표는 탈레반이 인질 22명과 탈레반 포로 8명을 맞교환 하자는 쪽으로 입장이 유연해졌음을 시사한다.

"탈레반, 자연사한 배형규 목사 시신에 총 쏜 것"

카라바그 지구 경찰국장 콰자 모하메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협상이 지금까지 난항을 겪은 것은 탈레반 내부에서 인질석방 대가로 몸값을 요구할지 포로 맞교환을 요구할지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탈레반 납치세력 일부는 한국으로부터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기를 원했으나 다른 그룹은 포로교환을 원했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국장은 현재 탈레반과의 협상에서 파탄 주지사를 보좌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탈레반이 몸값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아마디 대변인은 "탈레반은 몸값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단지 포로석방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망한 인질(배형규 목사)에 대해 질문하자 아마디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측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인질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a 다우트 칸 카탁 기자

다우트 칸 카탁 기자

하지만 기자와 접촉 중인 소식통에 따르면 "사망한 인질은 몹시 아팠으며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한다. 인질은 병으로 자연사했지만, 이후 탈레반 반군이 시신에 총격을 가해 살해된 것처럼 꾸밈으로써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압박을 가하려 했다는 것.

한편 기자는 협상의 추이와 한국서 급파된 고위급 대표에 대해 묻기 위해 카불의 한국대사관 관계자와 접촉했으나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 번역 : 민경진)
#아프간 피랍 #다우트 칸 #배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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