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척 배 띄우려고 그 난리 쳐야 하나

[인터뷰]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저자 박진섭·장지영씨

등록 2007.07.30 15:59수정 2007.08.3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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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저자인 생태지평 박진섭 부소장과 장지영 연구원은 이명박씨의 구상이 경제적 타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먹는 물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그들과의 인터뷰 내용 중 두가지 쟁점 사항에 대한 말을 발췌한 것이다.

[경제적 타당성] "물동량·물류 특성상 운하는 경제성 없다"

박진섭 부소장
박진섭 부소장김도균

"총론으로 보자면 이명박씨는 운하를 만들면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기존 교통망이 복잡하고 물류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물류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러다가 논리가 비약됐다. 동서통합을 이루고, 전국민이 잘 살 수 있다는 운하 만능주의의 이데올로기로 빠졌다. 운하가 없었기 때문에 발전이 더디고 동서대립 등 문제가 생긴 것처럼 말한다. 그 이야기를 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이를 세분화해서 이야기하면 물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나? 2007년 3월 한 달 동안 교통 DB를 확인해 보니 고속도로를 이용한 물류는 문제가 없다. 시속 8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중앙고속·중부고속도로 등을 신설하고 경부고속도로와 철도를 확장했다. 고가품은 항공으로 이동한다. 철강 등은 해운이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주장하는 시대와 현재의 물류 이동 시스템은 매우 다르다. 화주 입장에서는 운송수단 선택의 폭이 넓다. 연안 수송도 시간이 늦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명박 측에선 충분히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판명됐다.

또 우리가 다루는 물류 품목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벌크나 철강이 주 품목이 아니다. 수출 위주이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이다. 거대한 물류 이동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물류 이동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빠른 운송수단인 철도나 도로·항공으로 대체 가능하다.


물동량의 측면에서도 긴 배를 이용하기엔 적절치 않다. 2500톤짜리 배는 특정 화주가 전세를 내서 실을 만큼의 물동량이 아니다. 이로 인해 운하를 통한 이동은 어렵고 필요하지도 않다. 필요하다면 차나 철도, 항공으로 이용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운하로 이동할 물동량이 없다는 것이다.

물류 특성은 '다품종 소량'...운하에 적절하지 않다

물류비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와 왜곡이 있다. 미국은 수천㎞의 대륙이다. 우리는, 남쪽만 놓고 볼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 대의 구간이 가장 긴 구간이다. 화물차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수송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미국과 동일하게 적용하면 1만㎞를 이동하는 화물차의 비용과 500㎞를 이동하는 화물차의 비용을 문제를 적용하면 저가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물류비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나라는 조건상으로 볼 때 내륙은 산악지대다. 오지는 아니더라도 산악을 형성하고 바다가 발달했다. 입항조건이 좋다. 부산항이나 광양항, 평택 등. 경제 구조는 수출형 구조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배로 자연스럽게 접근해서 그것을 내륙으로 들어왔을 땐 철도나 도로 운송체계를 갖출 수 있다.

이명박 측은 경부 운하로 옮겨지는 물동량의 80%를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왜 그것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설명이 없고 그것을 이용하는 화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의 자산을 가지고 경부운하를 만들 땐 그런 요구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반영이 없으면서 하나의 정책 슬로건을 제안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만들어놓고 쓸모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조사하거나 연구한 것의 결론이다.

하루 12척 배 띄우려고 그 난리를 쳐야 하나?

장지영 연구원
장지영 연구원김도균

이명박 측은 처음엔 경부운하에 2500톤짜리 배를 띄운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자 그 뒤 5000톤급 배도 띄우겠다고 바꿨다. 하지만 수심 9m를 유지해야하는데 어떻게 낙동강으로 보낼 수 있나.

그래서 본류 구간 460㎞만 5000톤급, 40㎞ 정도의 연결 구간에선 2500톤급으로 운행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서울-부산으로 갈 때는 중간에 2500톤급 배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는 시간도 느리고 선적 하역 작업이 아주 복잡해진다.

특히 그들이 주장하는 물동량 추정치를 계산해 보니 하루 5000톤급 배 6척이면 수용할 수 있었다. 좀 너무하다 싶어서 2500톤급으로 계산해줬다. 그래도 12척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화주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고려해 배 한척에 싣고 갈 물류를 확보하려고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 화물차와 비교할 수 없다. 화물차는 소량으로 즉시 이동한다. 따라서 심한 경우엔 경부운하에 하루 한두 대만 이동할 수도 있다. 물건이 많다면 20척도 다니겠지만 평균을 내면 2500톤급 배는 12척, 5000톤급 배는 6척 이상 나올 수 없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최소 14조원에서 24조원을 들여 취수원을 이동하고, 수질관리, 상수도관 설치, 다리 교체 등의 난리법석으로 피워 경부운하에 12척 배가 있다면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나.

또 공사를 4년만에 하려면 우리나라의 중장비는 다 동원해야 한다. 온갖 굉음을 일으키며 일반인은 접근할 수도 없다. 이런 상태를 만들어놓고 12척이라는 것은 너무 허황된 것이다. 다른 근거를 대야하는데 근거가 없다. 그냥 계속 우기고 있는 것이다." (박진섭 부소장)

[수질] "낙동강물 19일간 정체... 운하 건설시 108일 정체"

"이명박 씨는 경부운하에 배가 다녀서 스크루를 통해 공기가 물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용은 없고 주장만 있다. 굳이 운하가 아니더라도 시화호나 새만금을 보면 물이 얼마나 정체되느냐에 따라 수질이 어떻게 변하는 지 알 수 있다.

시화호는 정체일수가 180일이다. 새만금은 200여일정도 된다. 경부운하는 갑문이 19개, 수중보가 16개다. 낙동강의 경우 인공시설이 없으면 강물은 19일간 정체된다. 그런데 갑문이나 수중보가 생기면 108일이다. 강의 수질은 정체시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나빠진다. 게다가 한강과 낙동강은 그냥 강이 아니라 국민의 3분의 2를 식수원이다. 먹는 물을 오염시키는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해줄 지 의문이다." (장지영 연구원)
#경부운하 #이명박 #한반도대운하 #박진섭 #축복일까재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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