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사실 이 책이 탄생하기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이명박씨는 "경부운하로 제2의 국운융성을 하겠다"면서 저만치 멀리 가 있었고 우리는 운하에 대해 너무 몰랐습니다. 운하라면 노을 지는 아름다운 라인강에서 낭만적으로 떠다니는 배를 떠올리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운하에 대해 생소한 일반 국민들도 저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명박씨가 경부운하 비판론자들을 향해 틈만 나면 강변했던 "10년동안 운하를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는 말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10여개월 동안 운하를 탐험하면서 이명박 씨의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지난 10여개월동안 수백 년, 아니 수천 년동안 운하에 대한 경험을 축적해 온 독일과 네덜란드의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또 경부운하 운하 예정지를 둘러보면서 한강과 낙동강의 지킴이로 살아왔던 수십 명의 관계자들과 학자들을 만났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운하 기술을 팔아먹기 위해 눈독을 들이는 외국의 기술자들은 줄 서있을지 몰라도, 10년동안 경부운하를 연구한 100명의 학자는 없다.' 이명박씨는 줄곧 외국의 투자자들이 줄 서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외국의 기술자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이날 생태지평 이사장이자 신륵사 주지인 세영 스님은 출판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가 전문가와의 논의나 합의 없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공약을 무책임하게 결정할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세영 스님은 이어 "1300만 수도권 시민이 식수인 남한강에 20개의 갑문을 설치해 물길을 막는다고 한다. 그것이 가능한 말인가"라고 반문한 뒤 "절대 자신의 생각만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일을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부운하 공약 철회될 때까지 공약철폐운동에 대대적으로 나서겠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도 "백두대간을 보자. 산은 물을 넘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면서 "그런 곳을 일부러 끊고 이어 한강과 낙동강 물을 섞어 생태계를 혼란시키겠다는 생각이 과연 맞겠는가. 경부운하는 우리 민족과 인류의 미래에 '축복'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또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해 대선연대를 구성할 예정"이라면서 "경부운하 공약이 철회되지 않을 때에는 공약철폐운동에 대대적으로 나설 것이다"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공동저자 중의 한명인 박진섭 부소장은 "저는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다"고 말문을 연 뒤 다음과 같은 소회를 털어놨습니다.
"이 책은 돈을 벌려고, 유명해지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 새만금, 천성산 등 환경 문제에 대해 싸울 때 현장에서 들은 말이 있다. 왜 개발이 결정되고 진행될 때에서야 문제를 제기하냐는 것이다. 경부운하만큼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유럽 운하와 현장을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강은 운하를 허락하지 않는 강이다. 하지만 유럽 강보다도 아름답고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 나라의 지리, 교통, 지형, 자연은 그 땅에 사는 인간들의 역사적 경험의 축적이다. 그를 억지로 바꾼다면 ‘재앙’이 올 것이다.
앞으로 정치인들이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생산하지 않고 좋은 정책을 만든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지를 보내겠다."
대다수 언론, 공약검증은 실종...'나팔수'로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