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비만입니다, 지금 살 빼고 있어요"

자동차가 준 비만, 자전거로 5개월 만에 6kg 감량

등록 2007.08.18 19:36수정 2007.08.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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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얘기만 나오면 귀가 쫑긋거린다. 등한시할 수 없는 처지다. 170cm를 간신히 넘는 키에 몸무게가 80kg에서 오락가락하니 분명 비만이다. 군대생활 할 때 별명이 '날으는 돈가스'였고 살이 한참 오르던 시기에는 "몸 좋아졌네"라는 말 때문에 상처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20대 초반에 찍은 사진을 보면서 놀라기도 한다. '이런 때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쌀 한 가마니 무게를 넘는 모습만 보아온 주변 사람들도 사진을 보면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씩 한다. "얼굴이 달라 보인다, 이 사진 정말 당신 예전 모습이냐?"라고. 몸무게가 20kg 정도 불어나면서 얼굴도 많이 변한 모양이다.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살을 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오래 전에 잃어버린 내 얼굴도 찾고 싶고 날렵했던 몸도 찾고 싶다.

살찐 사람들을 아예 인간 취급하지 않는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쇼 프로그램을 볼 때면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 찌고 싶어서 찐 것이 아닌데도 어쩐지 죄인 취급하는 것 같고 무능력하고 무기력하게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졸병 때 별명은 '날으는 돈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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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에 찍은 날렵한 내 모습(좌)과 7년 전에 찍은 육중한 내 모습(우). 작은 사진은 19년 전과 9년 전에 찍은 것인데, 얼굴 윤곽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자전거가 나를 다시 과거의 날렵한 모습으로 되돌려주리라. ⓒ 이민선

비만의 조짐은 스물세 살(1990년) 때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군대 가기 전 주변 지인들에게 인사(송별식 등)를 한다는 핑계로 먹고 마시며 놀기를 한 달 가까이 지속했다. 60kg대를 유지하던 몸무게가 이때 처음 70kg대로 접어들었다. 그 이전까지는 65kg을 넘은 적이 거의 없었다.

5월에 논산훈련소에 입소해서 신병훈련을 받으며 60kg대의 몸무게를 되찾았다. 군대 오기 전 송별식하며 불어난 살을 논산훈련소 황토 바닥에 땀으로 쏟아낸 것이다. 신병훈련이 끝나고 후반기 교육을 3개월 받은 후에 서부전선에 있는 '격오지 부대(인근에 사람이 거의 살고 있지 않은 지역)'에 배치받았다.

이등병, 일병 때 별명이 '날으는 돈가스'였다. 비대해 보이는 몸인데 운동신경은 꽤 쓸 만하다며 고참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졸병 때 살이 찌는 이유는 편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극도의 긴장 속에 살기 때문이다. 극도의 긴장감을 먹는 것으로 푸는 것이다.

첫 휴가 나오는 군인들이 대부분 비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졸병들은 24시간 긴장하며 살다 보니 항상 허기진다. 때문에 밥도 많이 먹고 군것질도 많이 한다. 군용 건빵, 라면 부스러기, 초코파이 등 먹을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첫 휴가를 받아서 군대 간 지 10개월 만에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는 "몸집 좋아졌다"며 기뻐하셨다. 군대 가면 먹을 것이 없어서 굶는 줄 알다가 살이 쪄서 돌아온 모습을 보고 기뻐하신 것이다.

군대 가기 전에는 첫 휴가 때 살이 쪄서 돌아오는 선배나 친구들을 보며 어머니와 같은 생각을 했다. 먹을 것도 많고 편해서 살이 찌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 졸병 때 찐 살은 고참이 되면 대부분 다시 빠진다. 군 생활이 익숙해지고 몸이 편해지다 보면 긴장이 풀리고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 살이 빠진다.

내 비만의 주범은 바로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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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비만의 주범은 자동차였다. ⓒ 이민선

그 다음, 날렵해 보이던 몸이 대책 없이 불어나기 시작한 것은 운전을 하고 난 이후부터다. 전철 타고 버스 타고 다니던 '뚜벅이' 시절에는 70kg을 넘은 적이 없었다. 운전을 하고 난 이후 실감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몸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하는 사이에 계속 몸이 불어났다. 75kg을 넘어설 때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불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여기까지라는 생각은 너무나 쉽게, 짧은 시간에 무너졌다. 그 후 몇 개월 만에 80kg의 몸무게에 육박했던 것.

그래도 80kg을 넘지는 않을 줄 알았다. 먹는 것을 밝히지도 않을 뿐더러 부모 형제 중에도 비대한 사람이 없기에 어느 정도 살이 찌다가 멈출 줄 알았다. 아버지는 키가 크고 약간 마른 편이다. 요즘 사람들이 굉장히 부러워하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근육형 체질이다. 어머니는 키가 작고 통통한 편이지만 비만이라고 볼 정도는 아니다. 형제들도 비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뚱뚱한 사람은 없다.

이런 나의 믿음은 저울 위에서 비참하게 무너졌다. 내 생각과는 달리 체중계 바늘은 80이라는 숫자를 넘어서 있었다. 80kg은 나하고는 관계없는 몸무게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넘고 보니 긴장되기 시작했다. 괜히 몸이 무거워진 듯한 느낌도 들고 TV에 가끔 나오는 비만 관련 생활습관병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당뇨가 과해서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는 사진이 나의 현실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이에도 몸무게는 계속 불었다. 한 번 탄력이 붙기 시작한 체중은 삽시간에 85kg을 넘어서서 90kg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87kg을 넘어서려던 때부터 처절한 살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이고 안양천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기 축구회에도 가입해서 일요일이면 비지땀을 흘리며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2년 정도 이렇게 운동해서 줄인 몸무게는 겨우 3~4kg 정도다. 살은 찌는 것은 삽시간이지만 빼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다.

6년 전 담배를 끊고 나서 잠시 위기가 찾아왔다. 담배를 끊고 나서 다시 몸무게가 삽시간에 불기 시작한 것이다.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85kg 미만의 몸무게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88kg까지 올라갔을 때는 갈등이 심했다. 88kg이라는 몸무게가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에 명분을 실어주었던 것. 그때는 마음이 심하게 흔들렸다. '비만이 담배보다 더 위험하다'는 얘기가 머릿속을 빙빙 돌며 자꾸만 담배에 손이 가게 만들었다.

또 한 번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이고 안양천으로 내려갔다. 땀이 옷에 흥건하게 밸 정도로 뛰어다녔다. 더운 여름에도 땀을 많이 내기 위해 두꺼운 옷을 입고 뛰어다닌 결과 몇 개월 만에 85kg 미만의 날렵한(?) 몸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자전거가 내 몸의 변화를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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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자전거 외출. ⓒ 이민선

요즘에는 보는 사람마다 살이 많이 빠졌다는 얘기를 한다. 실제로 몸무게가 6kg 정도 줄었다. 현재 내 몸무게는 78kg 정도다. 십년 가까이 넘지 못했던 80kg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 두꺼운 옷을 입고 안양천을 뛰어다닌 것도 아니고 다이어트를 위해 굶은 것도 아니다.

자동차 핸들을 놓고 자전거 핸들을 잡은 지 5개월 만에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살이 6kg이나 빠졌다. 출퇴근도 자전거로 하고 가까운 곳에 외출할 때도 자전거를 탄다. 아이들과 외출할 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동차 핸들은 가끔 잡는다. 장거리 출장을 갈 때나 무거운 짐을 싣고 가야 할 경우 그리고 비가 세차게 내리칠 경우에. 내 몸무게를 비만인의 대열에 올려놓은 주범은 지금 생각해 보니 자동차다. 그 자동차를 멀리하고부터 내 몸에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3kg을 더 빼서 75kg의 몸무게를 되찾는 것이 목표다. 자전거가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사진속의 날렵한 내 몸과 계란형에 가까운 얼굴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자전거의 도움으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자동차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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