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시드니 분향소에서

어둑새벽에 횃불 하나씩 들고 길 떠나는 사람들

등록 2009.05.28 11:07수정 2009.05.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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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며 시드니 한인회관에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호주 시드니에는 한인회관, 원불교 시드니 교당, 정법사, 시드니총영사관 등 4곳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5월 29일 6시에는 한인회관에서 추도식이, 8시에는 원불교 시드니교당에서 추도법회가 열릴 예정이다.

a  시드니 분향소

시드니 분향소 ⓒ 윤여문


시드니 분향소에서

윤여문

어둑새벽에 태평양을 날아오른
도요새의 잠행(潛行)인가
저 건너 만리 허(虛)에, 에라 대신이여

"원망하지 말라"고 당부했건만
입에 칼을 물은 도요새
"미안해하지 말라" 당부했건만
머리 풀어헤친 도요새는
고개 푹 숙이고 연신 날갯짓 하네

꿈꾸는 바보들이 사는 들꽃세상에서
사람의 향기를 전해주던 님은
밀짚모자 쓴 시골 아저씨
대낮부터 불콰해진 바보 형님
손주들과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인데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
뼈와 살을 바윗덩이에 던져버린 후
영혼은 꽃으로 다시 오고
영혼은 별빛으로 다시 오고


봉하마을, 서울, 부산, 광주, 인천
LA, 베이징, 밴쿠버, 도쿄, 시드니
가는 곳마다 님을 만나네
가는 곳마다 님을 만나네

힘없고, 가난하고, 설움 많았던
바보 노무현의 동지들, 끝까지
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사람들이
국화 한 송이씩 들고 우네, 우네


꽃으로, 별빛으로 다시 온 님은
괜찮다, 괜찮다며 웃는데
더디 가는 희망열차의 시발역(始發驛)!
어둑새벽에 횃불 하나씩 들고 떠나네
운명(運命)이닷!

*<적멸의 즐거움> 목차 인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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