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남기훈 상사 복장으로 본 사고 당시 천안함 내부 모습

평화로운 휴식 시간... 내복 하의, 그러나 순식간에 침몰

등록 2010.04.04 14:18수정 2010.04.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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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사고 해역 함미 부분에서 실종자 남기훈 상사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실은 보트(오른쪽)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사고 해역 함미 부분에서 실종자 남기훈 상사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실은 보트(오른쪽)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기사 보강 : 4일 오후 4시]

고 남기훈 상사는 상의로 전투복을 입고 있었지만 하의는 내복 차림이었다.

그는 함정 내 원상사 식당 부분 절단면에 걸린 채 발견됐다. 이곳은 장병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는 곳이지만 속옷 차림으로 출입할 수 없다. 그러나 바로 아래층은 원상사 침실. 따라서 남 상사는 사고 직전 옷을 갈아입으며 잘 준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 상사의 옷차림은 일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순식간에 가라앉은 천안함 장병들의 마지막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사고 당시 천안함은 전투태세나 비상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군에서는 구명 조끼가 없이 물에 빠졌을 경우를 대비해 입고 있던 군복 바지를 벗어 양쪽 끝을 묶어 응급 부이(구명대)를 만들어 물에서 생존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따라서 남 상사가 최후의 순간 부이를 만들기 위해 바지를 벗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함정의 오후 9시는 야식 먹고 TV 보는 휴식시간

 3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상 부천함에서 광양함을 방문하고 돌아온 천안함 실종자 가족이 직접 그린 천안함 내부 구조도를 보며 가족들에게 수색작업 현황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3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상 부천함에서 광양함을 방문하고 돌아온 천안함 실종자 가족이 직접 그린 천안함 내부 구조도를 보며 가족들에게 수색작업 현황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항해 중인 함정은 24시간 근무체제이기 때문에 하루를 8시간으로 나누는 '3직제'로 운영된다.


1직은 제일 고된 야간근무로 오전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다시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한다. 밤새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다들 꺼리는 시간대다.

2직은 오전 4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한다. 1직보다는 낫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고역이다. 함정 입출항이 대개 이때 이뤄지고 바다 위에 닻을 내리고 정박하는 '투묘'도 이 시간일 때가 많다.


마지막으로 3직 근무는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오후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일한다. 인체 생활리듬과 그나마 비슷해서 승조원들이 가장 선호한다.

당직 순서는 출동 때마다 순번대로 바뀐다. 이번 출동기간에 1직 근무를 섰다면, 다음 출동 때는 2직 근무를 서는 식이다.

또 배에서는 하루 4끼 식사를 하는데, 당직자가 아닌 승조원들은 오후 9시를 전후로 해서 야식도 먹고 휴식을 취한다.

물론 비상상황에서는 직의 구분 없이 승조원 전원이 배치된다. 남기훈 상사나 생존자들처럼 간편복을 입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남 상사뿐 아니라 생존한 천안함 승조원들도 구조될 때 전투복이 아닌 체육복이나 내복을 입고 있었다.

 지난 26일 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고 당시 고속단정에 구조된 승조원들이 '해경 501함'으로 옮겨 타고 있다.
지난 26일 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고 당시 고속단정에 구조된 승조원들이 '해경 501함'으로 옮겨 타고 있다.해양경찰청 제공

구조작업을 했던 고영재 함장도 "승조원 중에는 구명의를 입은 사람도 있고 작업복·근무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생존자 진술을 종합한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천안함에는 기관조종실에 6명, 1층 후타실에 5명, 디젤 엔진실과 가스 터빈실에 각각 1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상적인 생활공간에 있던 장병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사병식당에 7명, 기관부 침실에 13명, 중사 휴게실에 12명이 있었다. 지하 1층 화장실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장병도 5명이나 된다.

따라서 사고가 일어난 오후 9시에서 9시 30분 당시 장병들은 편하게 쉬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1·2직 장병들은 잠시 격무에서 벗어나 가족이나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기도 하고, TV를 보거나 책을 읽고 있었을 것이다. 가장 여유있을 때 갑자기 변을 당한 것이다.

가족과 마지막 인사도 못한 채 연락 끊긴 실종 승조원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닷새째인 지난 3월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영내 동원예비군 교육장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숙소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생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닷새째인 지난 3월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영내 동원예비군 교육장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숙소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생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유성호

실제로 실종자 차아무개 하사 역시 사고 직전까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여자친구와 약 32분 가까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는 이날 오후 8시 44분께 TV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에 보다가 "(텔레비전에서) 백상예술대상한다ㅋㅋ"라고 말을 걸었다.

차 하사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는 "심심해ㅜ 나둥 술!!!!!", 여자친구 김아무개씨가 보낸 답장은 "매화수 콜". 오후 9시 16분께의 일이다. 평소에는 바로 답장을 보내던 차 하사가 그 뒤로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오후 9시 30분부터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하지 못했다. 김씨로서는 그것이 차 하사와 나눈 마지막 연락이었다.

다른 실종자도 이때까지 가족과 통화를 했다. 이종걸 의원에 따르면, 실종자 가족은 오후 9시 16분께 전화를 했는데, 장병이 "아버님, 지금 비상상황이니까 나중에 통화하면 좋겠다"면서 끊었다고 한다. 비상상황이라고는 했지만 다시 통화할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이 시간이 침몰사고의 시작이었든 다른 비상상황이었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남 상사의 복장은 천안함이 침몰됐던 순간의 긴박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실종자들은 옷을 다시 갈아입지도 가족과 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도 못했다.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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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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