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전' 이해찬, '충청권 맹주' 되나

[진단] 이 당선자, 정치인생 전환점... 김종필-이회창-심대평 지역정당 구도 넘을지는 미지수

등록 2012.04.12 11:53수정 2012.04.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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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국회의원 당선이 확실시 되자 이해찬 민주통합당 후보가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 심규상


4.11 총선의 충청권 최대 수혜자는 누굴까. 민주통합당 이해찬 당선자다. 최대 피해자는?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다. 서로 충청지역 맹주(盟主)의 자리를 주고받는 모양새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던 이 당선자가 만약 세종시에 충청권의 터줏대감인 '심대평'이 없었다면 출마를 결심했을까.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당선자의 세종시 출마는 사실상 충청권에서의 정치적 맹주 자리에 대한 도전을 의미했다. 세종시 총선 출마자체가 처음부터 충청권의 정치 아이콘을 놓고 벌인 경쟁이 된 것이다.

화려한 이력 '심대평'과 살아 있는 정치사전 '이해찬'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맞수'였다. 심 대표는 충남 공주 출신이고, 이 당선자는 청양 출신이다. 심 대표는 임명직 대전시장(1981년 3월~1983년 12월)을 거쳐 임명직 2년 7개월과 선출직 10년 9개월을 포함, 13년 6개월 동안 충남지사를 역임했다. 또 총리 행정조정실장과 청와대 행정수석, 국회의원, 당대표를 거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당선자에게는 '살아 있는 정치사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36살 때 첫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내리 5번 모두 20년을 했다. DJ 정부에서는 교육부장관,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총리 등 국회, 정당, 행정부를 두루 거쳤다.

심 대표와 이 당선자 모두 세종시와 인연이 끈끈하다. 심 대표는 행정수도 위헌판결을 받던 당시 충남도지사였다. 당시 그는 행정수도 관철을 위해 충남도민과 함께 일선에서 싸워 위헌판결을 극복했다. 또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당사자다.

이 당선자는 스스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최초의 기획자이자 설계자'라고 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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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세종시 국회의원 선거네 나선 이해찬 후보와 심대평 후보 ⓒ 장재완


이 후보와 심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사실상 충청지역 선거의 견인차 역할이 주어졌다. 두 후보 모두 하루는 세종시 주민을 만나고, 다른 하루는 인근 충청 지역 다른 선거구의 자당 후보들을 지원해 왔다.

이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룩하고자 했던 국가균형발전의 꿈을 실현하고, 총선승리와 정권교체의 디딤돌"이 되고자 했고, 심 후보는 "'충청의 마지막 보루'인 자유선진당을 지키"려고 애썼다. 따라서 '세종시를 제대로 완성시키겠다'는 두 사람의 약속을 놓고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의 고민이 깊었을 만하다.

이 당선자도 "정치운명을 걸고 지금까지 치른 국회의원 선거 중 가장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평가대에 선 이해찬... 충청권 정치주도세력 누가?

이 후보자의 당선은 충청권에서의 정치주도세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인은 이 당선자의 폭넓은 국정운영의 경험과 정치적 능력이다. 실제 이 당선자는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충청권 지원유세 외에도 김용민 막말 파문에 대한 당의 입장 표명을 압박하고 그 파장의 충청권 확산 차단 방안에 나서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싫든 좋든 충청권에서 그의 정치적 리더십의 평가대에 섰다. 당장 대선에서 당내는 물론 충청권에서 그의 역할론이 관심사다. 이 당선자도 "당내 최고 다선의원(6선)으로 당무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 25석 중 10석을 차지해 새누리당(12석)에 뒤졌지만 이 당선자의 말대로 정권교체의 디딤돌을 놓았다. 특히 세종시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듯 동서남북(천안, 공주, 청원, 유성, 대전서을, 청주 흥덕을)에 노란 깃발을 꽂았고, 자유선진당의 텃밭이었던 세종시 및 대전충남에서 7석(새누리당 7석)을 얻었다. 여기에 든든한 우군인 안희정 충남지사도 버티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29일 오후 으능정이 거리에서 4.11총선 첫 거리유세를 펼쳤다. 이 자리에 이회창 전 대표가 참석, 심대평 대표의 손을 잡았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김종필-이회창-심대평... 뿌리 깊은 지역정당 구도 넘어설까?

하지만 이 당선자가 김종필(JP)-이회창-심대평으로 이어져온 뿌리 깊은 지역정당 구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힘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최근 30년 동안 지역정당은 적어도 대전충남 지역정치에서 항상 상수였다.

자유선진당 내부에서도 "'충청 지역정당'은 1988년 13대 총선 이후 공화당에서 자민련으로 다시 선진당으로 이어지며 늘 유지해 왔다"며 "위기가 있어 왔고 지금도 위기지만 소멸하는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지방신문사(<충청투데이>)의 대전충남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0% 이상이 '대전·충남 지역 정당이 필요하다'고 답해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과 호남의 지역주의가 살아 있는 한 충정 지역정당 및 지역정치세력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자유선진당의 쇠퇴에도 심 대표와 이회창의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6선에 성공한 이인제 당선자의 역할도 주목된다.

만만치 않은 새누리당... 새인물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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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강창희(대전 중구)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이 15일 오후 열렸다. ⓒ 새누리당


새누리당의 충청권 진용도 만만치 않다. 대전 중구에서 '대통령 만들 사람'을 내세우며 당선된 친박계 원조로 불리는 강창희 의원이 당선(6선) 됐고, 초선의 새로운 인물들도 여럿이다.

중앙정치에 익숙한 이 당선자의 칼날 같은 정석 이미지가 충청권에서 대중적 흡입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덕장'보다는 '야전사령관'의 이미지가 크기 때문이다.

세종시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이 당선자가 정치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그는 충청권에서 세종시 핵심의제인 '지역균형발전론'을 쥐고 새로운 지역정치구도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평가가 시작됐다.
#이해찬 #심대평 #충청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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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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