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로 많이 쓰이는 라오스의 바이오디젤 식물, 막냐오(자트로파)
이영란
2008년 내가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으로 활동 중이었을 때였다. 라오스로 오기 전에 잠시 몸담았던 인연으로 환경단체의 한 활동가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 아시아의 환경이슈들을 주제로 한 연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라오스를 방문하고 싶은데 이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나는 물론 대환영. 이들과의 구체적인 일정들을 논의하고 조정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이 바로 바이오디젤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부터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연료에 대한 이야기는 간간히 들은 바 있었고 그 2-3년 후터는 유채, 폐식용류 등으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으며 이제는 아주 쉽게 실용화가 가능하다는 것 정도였다. (문제는 막강한 석유업계의 방해와 전통적인 에너지시스템에 사로잡힌 정책결정자들의 비호다.) 그런데 이들이 라오스 시골에 파묻혀 사는 나에게 가져온 새로운 소식은 그 실용화가 라오스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며, 그것도 두어 개 한국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 대규모로 실시할 거라는 것이었다.
팜이 재배되는 열대의 인도네시아나 말레시아 등지와는 달리 아열대인 라오스에서는 바이오디젤을 만들 작물로 '막냐오(자트로파, Jatropha)'를 꼽고 있다. 막냐오는 우리나라의 아주까리와 같이 라오스에서 전통적으로 그 씨앗의 기름을 짜서 불을 밝히는데 써 온 식물이다. 독성이 있어서인지 새순이더라도 소나 닭, 염소 등 가축들이 전혀 먹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도 시골에서는 논과 밭에 울타리 삼아서 많이 심고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바이오디젤은 착한 에너지다. 그런 바이오디젤을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라오스의 막냐오는 당연히 착한 에너지원이다. 더군다나 막냐오는 몇몇 거대 곡물기업의 독과점으로 그렇잖아도 상승 경향을 보이고 있는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옥수수와 같은) 곡물가격의 폭등을 부채질하는 그런 식용작물도 아니다.
'나쁜 에너지', 수출용 바이오디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그 착한 에너지, 바이오디젤 생산 현장을 방문해보고 싶다고 하자 기업이 난색을 표한 것이다. 왜 그 기업은 국내외적으로 좋은 홍보기회가 될 환경단체의 방문을 거절했을까?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막냐오에 대해 가져온 정보들은 그야말로 막냐오 자체가 가진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서의 장점에 대한 것들뿐이었다. 그것을 둘러싼 여러 차원의 맥락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들 또한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적 전망을 담은 것들이었다. 3년 정도만 재배하면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거나 사막에서도 기를 수 있을 만큼 물을 필요로 하지 않아 다른 작물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 기업이 투자유치를 위해 악의적으로 정보를 조작했다고 만도 볼 수 없다. 지금도 인터넷으로 막냐오(자트로파)를 검색해 보면 이런 허무맹랑한 것들이 정보랍시고 유통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