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민 정상회의, 이래서 유감이네요

[참여기] 정책 발언시간 고작 1분... 일부 참여자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문제

등록 2014.04.01 14:21수정 2014.04.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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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14년 3월 31일 예산군 리솜스파캐슬에서 개최된 충청남도 문화예술 발전전략 도민공청회

2014년 3월 31일 예산군 리솜스파캐슬에서 개최된 충청남도 문화예술 발전전략 도민공청회 ⓒ 이재윤


지난 3월 31일 오후 2시부터 충청남도의 문화·예술·관광 분야의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충청남도 문화예술 발전전략 도민 공청회(아래 도민 정상회의)'가 충남 예산군 리솜스파캐슬에서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도민정상회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며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취임한 이후 매년 진행된 행사이다.

이날 행사에는 충남문화예술인과 관련 기관 단체 종사자, 공무원, 연구원, 도민 등 300여 명이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충남도 문화예술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하여 모였다. 나는 고등학생 도민의 자격으로 평소 청소년의 입장에서 충청남도의 문화정책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어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공청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테이블 별로 12명의 토론자들이 시민그룹이 되어 여러 가지 정책제안에 대해서 전자투표기를 사용하여 그 자리에서 투표하고, 그 안건에 대해서 토론하는 이날 회의 방식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흥미와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인사말에서 "전문가 중심의 공청회에서 벗어나 도민과 정책수요자가 제시하는 요구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오늘 제시된 다양한 의견들이 충청남도의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감은 사라졌다. 물론 나 자신의 부족함도 있겠으나,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의욕적인 연설만 있었을 뿐 이후 진행되는 도민정상회의의 내용에서는 적잖은 실망을 하게 되었다. 행사를 진행한 주최 측과 참석자들의 태도를 보면서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타운 홀 미팅? 1분만에 무슨 의견을 할 수 있을까?

a  도민 정상회의에서 제시된 충청남도의 문화예술 분야 정책들

도민 정상회의에서 제시된 충청남도의 문화예술 분야 정책들 ⓒ 이재윤


테이블 별로 구성된 시민그룹의 일원들이 서로 끊임없는 소통을 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최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게 타운 홀 미팅 방식의 가장 큰 이점이다. 그러나 이번 도민공청회는 이러한 이점을 살리지 못하였다.


테이블 별로 참여자들에게 주어진 발언시간은 개인당 1분 남짓 밖에 안 되었다. 제안할 정책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타운 홀 미팅 형식을 추구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소통의 기회를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스크린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정책제안을 전자투표기로 선택하기에 급급했다. 마치 TV 오락프로그램의 인기투표 선택기를 누르는 기분에 지나지 않았다.


이어서 약 300여 명의 참여자들은 전자투표를 통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정인 정책제안을 선택하였다. 전자투표는 충남문화 비전 찾기 부분과 충남 문화예술 발전전략 아이디어 두 부분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충남 문화예술 발전전략 아이디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문화예술 발전전략에 대하여 참여자들이 제안한 정책을 비슷한 정책끼리 묶어 줄였지만 이날 제시된 정책이 무려 62가지에 이른 것이다. 이때 참여자들은 어떠한 정책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했고 선택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어렵게 나온 결과도 타당성에 의문점이 든다. 이날 제시된 정책 중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정책제안의 득표율이 고작 10% 남짓이었기 때문이다. 즉, 참가자 300명 중 10%의 선택을 받았다면 약 30여명 남짓만 선택한 것인데, 대부분 정책들이 압도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고만고만한 근소한 차이로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마치 그 서열이 충청남도 문화예술 분야의 대표 정책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이렇게 득표율이 분산된 이유는 62가지나 되는 너무 많은 정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렇게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정책이 신빙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의문점이 들었다. 주최 측은 어떻게 해서라도 제안된 정책의 개수를 줄였어야만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참석 하고픈 도민정상회의를 위하여

a  도민 정상회의에서 인사말을 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도민 정상회의에서 인사말을 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 이재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공청회에 임하는 태도에 실망감을 갖게 되었다.

아마도 참여자들 중 상당수는 충남도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 또는 지도자로서 자신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화예술 분야의 정책을 직접 결정하기 위해 자리해 주신 분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참석자들의 참여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분임 토의 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심지어 밖으로 나가 계신 분들도 있었다.

또한 일부 참여자들은 분임 토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였다. 능동적으로 의견을 내기 보다는 다른 참여자에게 맡기는 소극적 태도로 임하였다.

사회자들이 다음 순서를 진행하려 할 때는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이른바 집중의 박수까지 유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물론 이러한 태도를 보인 참여자들은 일부일 것이다. 그러나 충청남도의 문화예술 분야의 지도자들의 모인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실망스럽기만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점점 더 많은 회의를 거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고 직접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 할 수 있을 것이다. 충청남도 핵심 정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도민공청회가 미숙한 진행과 참여자들의 적극적이지 않은 참여 태도로 빛을 바라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변화에는 항상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은 개선하고 훌륭했던 부분들은 더욱더 발전하여 언젠가는 충청남도가 우리나라 직접 민주주의의 메카로 떠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참석 하고픈 도민정상회를 기대해 본다.
#충남도민정상회의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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