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보다 반에서 규칙 정하는 게 필요"

[청소년이 묻는다 ②] 안경수 인천시교육감 후보

등록 2014.05.21 17:12수정 2014.05.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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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활동을 시작한 <시사인천> 2기 청소년기자단(이하 기자단)이 6·4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인천시교육감 후보들을 지난 2~10일 사이에 인터뷰했다.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후보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다.

청소년 대부분은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학교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교육감은 청소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기에 교육감을 뽑는 데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청소년기자단은 4일 동안 토론해 인터뷰에 쓸 공통질문 네 가지와 후보별 질문 두 가지를 결정했다. 인터뷰 도중 추가 질문이 오가기도 했다. 기자단은 본인들 원고료 중 일부로 음료수를 구입해 예비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일명 '음료수 토크'를 진행한 셈이다.... 기자 주

안경수 인천시교육감 후보가 정지나, 정병국 청소년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장호영


지난 3일 정오, 안경수(전 인천대학교 총장) 인천시교육감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안 후보는 "방과후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학생인권도 중요하지만 조례를 제정하면 교권침해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 조례 제정보다는 학급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반마다 특색 있게 규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또 안 후보는 "중학교 때 인성·적성검사를 실시해 진로를 빨리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항상 꿈과 열정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매일 꿈을 꾸고 하루 3시간 정도는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래는 안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대부분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학력 신장만을 위해 강제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마음이 있는가?
"현재 방과후학교는 학생들의 창의적 자기계발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운영되고 있다. 학교마다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방과후학교 교육 프로그램은 다양화되어 있지 않다.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면 교사 업무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규수업과 방과후학교를 하는 교사들의 업무를 줄여야 한다.

교육청 주도로 대학, 지역 사회와 방과후학교 관련 유기적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초·중학교는 예체능 위주로 잘 운영되고 있지만, 고등학교는 입시 위주 교과목만을 운영해 문제다. 과목을 다양화해야 한다. 또한 학생, 학부모의 선택을 중시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방과후학교, 수요자 중심으로 프로그램 바꿔야"

- 학생인권조례를 찬성하는가?
"체벌을 가하는 교사는 제재해야 하고, 학생 개성을 존중하기 위해 두발, 복장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 학급마다 학생, 교사가 규칙을 정하고 학생 스스로 인권을 고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주장하면, 일부 교사는 '교사 인권조례'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생인권조례에는 교사들을 향한 부정적 시각이 담겨 있다. 때문에 여러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 학생인권조례에 준해서 두발, 복장, 야간자율학습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되는 형태로 (학교가) 운영돼야 한다."

- 당선하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는 말인가?
"학생인권조례 제정보다는 학급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특색 있게 규칙을 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학교에서 규칙을 풀어야 학급에서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해외 사례처럼 학생을 주체로 해서 큰 틀의 학교 규칙을 정하고, 학급에서 세부적인 것을 정하게 자율권을 부여하면 된다. 학생이 주체가 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교장을 중심으로 교사,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존중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학생들이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걸 찬성하는가? 찬성한다면 학생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지 궁금하다.
"초·중학교 학생들은 아직 어리기에, 학부모와 교사가 교육정책 결정의 주체로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등학생은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이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마련하는 교육정책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 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을 수렴한 후 전문가들이 교육정책을 결정하므로, 믿고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각 학교에서 결정하는 교육환경개선사업에는 학생·학부모·교사들이 적극 참여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세월호 침몰사건 이후 학생들의 단체여행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생겼고, 그에 따라 교육부는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했다. 수학여행 존폐 논란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또 수학여행에서 학생 안전을 위한 대책은?
"세월호 사고와 같은 단체 여행 안전사고는 재난예방점검체계와 안전관리시스템이 작동 안 된 게 문제다. 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안전교육을 하는 과목과 교사가 없었고, 평소에 실제 상황과 같은 교육이 없었다. 학생들이 원하면 수학여행을 실시하게 할 것이다. 이럴 경우 안전전문가와 동행해 사전답사를 철저히 한 후 진행해야 한다."

안경수 인천시교육감 후보(가운데)가 정지나(왼쪽), 정병국(오른쪽) 청소년기자와 인터뷰 후 기념 촬영을 했다. ⓒ 박상규


- 학력 위주의 교육정책 탓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 못한 채 학교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 많다.
"진로 관련 대학, 시설을 체험하게 해야 한다. 중학교 때까진 인·적성 검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담당교사와 상담해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초등학교(인식), 중학교(탐색), 고등학교(설계)로 이어지는 진로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 대학총장으로 재직했지만, 교육감이 되면 초·중·고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교육철학이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일부에서 대학총장이 초·중·고 교육에 대해 뭘 아느냐고 말하지만, 교과과정 변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재 양성을 위한 최선의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교육포럼의 대표를 역임하면서 수차례 포럼을 개최하고 심도 있는 토론회로 초·중등교육의 현안을 파악,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학교 현장도 많이 방문했다."
덧붙이는 글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사를 작성한 정병국 청소년기자는 삼산고 1학년, 정지나 청소년기자는 신명여고 2학년 학생입니다.
#안경수 #인천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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