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이 '친박' 유정복을 선택한 까닭

[분석] 인천 민심, 부채 해결-국책사업 수주 등 여당 힘 원했다

등록 2014.06.05 18:24수정 2014.06.0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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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 민선 6기 인천시장인 유 당선자는 인천의 부채를 비롯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 민선 6기 인천시장인 유 당선자는 인천의 부채를 비롯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한만송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가 현직 인천시장인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누르고 인천시장에 당선되면서 집권여당 내에서의 위상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는 61만5077표(49.95%)를 얻어 59만3555표(48.2%)를 얻은 송영길 후보를 2만1522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유정복 당선자의 인천시장 출마는 인천 유권자들에게 사실상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정복 당선자의 생물학적 고향은 인천이지만, 정치적 고향은 경기도 김포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정복 당선자는 세월호 참사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지난 3월까지 안전행정부 장관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큰 파고를 넘어 현직 시장을 누르고 인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민선 인천광역시장에 선출됐다.

부채 등 과제 많은 인천의 선택은 '박근혜 측근'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유정복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는 국회의원 3선과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이라는 '상품성',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박 대통령 '동정론' 등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 정권의 실세로 통하면서 인천시 부채 문제와 제3연륙교 신설 등 각종 국책 사업 등에서 큰 몫을 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천 토박이들의 집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유 당선자가 출마하면서 인천 지역 초·중·고등학교 동문회들은 유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특히 유 당선자가 졸업한 제물포고 동문들은 기수별로 선거캠프를 방문하기도 했다.


제물포고 동문인 신현웅씨는 "당내 경선이 늦춰지면서 선거캠프가 어수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동문들도 팔짱 끼고 구경하는 느낌이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선거가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동문 선배들이 캠프를 방문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하고,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라고 전했다.

'적진'에 선거캠프 마련... 야권 지지 확장 막아


 유정복 당선자가 인천시장 선거 캠프 개소식에서 지지자들과 희망의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유정복 당선자가 인천시장 선거 캠프 개소식에서 지지자들과 희망의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한만송

유정복 당선자가 인천 최대 유권자가 살고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부평에 선거캠프를 마련한 것도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부평은 전통적으로 야권의 텃밭이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부평에 선거캠프를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도 당선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 북부 권역에서 야권 지지 확산을 막고, 여권 지지층이 두꺼운 인천 서남부권역에서 지지층을 결집한 것이다.

유 당선자는 전통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한 계양구와 부평구·남동구에서 송영길 후보보다 각각 1만7068(계양구), 1만3058(부평구), 3745표(남동구) 적게 얻었다. 반면 여권 강세 지역인 남구와 강화군, 연수구에서 1만5506표(남구), 1만2908표(강화군), 1만553표(연수구)를 더 얻었다. 이밖에도 원도심 지역인 중구와 동구에서 각각 5536표(중구)와 3968표(동구) 차로 송 후보를 이겼다.

눈여겨볼 점은 송 후보가 부평구(유권자 수 45만1971명)와 남동구(유권자 수 40만5404명)에서 유 후보를 이긴 표 차이가 유권자가 적은 강화군(5만8089명)과 연수구(23만8453명)에서 뒤진 표 차이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갈등... '융합'은 없었다

김교흥 송영길 캠프 본부장은 <시사인천>과의 인터뷰에서 송 후보의 패인 중 하나로 안철수 계열과 옛 민주당의 합당이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질적 통합이 아니라 정치공학적 통합이 앞서다 보니 지지층 확장보다 당내 분열만 자초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의 공천에 불만을 품은 안철수 계열 인사 몇몇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지역은 인천 동구와 서구다. 개혁공천을 명분으로 공천 지분을 요구하면서 분열이 발생한 것이다.

대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은 권선택 후보는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전폭적 지원 유세를 받은 반면, 송영길 후보는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특히 안철수 공동대표는 광주에 본인 계파라 할 수 있는 윤장현 후보를 출마시키면서 광주에 발이 묶여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지원유세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야권의 차별성 없는 공약도 주요 패인

 4일 오후 6시 개표 방송을 지켜보는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를 비롯한 지지자들.
4일 오후 6시 개표 방송을 지켜보는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를 비롯한 지지자들. 한만송

여기다 송영길 인천시장 재임 기간 추진한 각종 정책이 새누리당의 정책과 큰 차별성이 없었다는 것도 여권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송영길 후보나 유정복 당선자 모두 영종 카지노 유치나 외국자본 유치를 통한 각종 개발 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천시장 후보 둘 다 KTX나 카지노 등 개발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놨다"라면서 "'내가 더 토건족이요' '내가 더 보수적이요' 하면서 싸우는 것 같다"라고 일갈했다.

또한 그는 "여야 차별화 없는 진부한 정책 대결 구도에서 여당이 싫으면서도 결국 실현 가능성을 보고 대통령 측근인 유정복 후보를 선택하거나, 기권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준호 교수는 야권의 차별화되지 않은 정책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부산시장과 인천시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의 정책 공약이 여권 후보에 비해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야권에 우호적인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갈 수 있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책 개발과 제시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진보정당들과 함께 무상급식이라는 신선한 공약을 들고 나왔는데, 송영길 후보나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그런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정복 #송영길 #인천시장선거 #친박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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