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으로 수위가 줄어 들판 일부 바닥이 드러난 횡성호.
성낙선
계속되는 가뭄에 횡성호가 산자락에서부터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0년에 횡성댐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댐이 생기는 바람에 어느 날 갑자기 고향을 떠나야 했던 실향민들에겐 지금이 다시 한 번 더 고향 땅을 밟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실향민이 아닌 사람들은 그곳에서 희미하게나마 그 옛날 실향민들이 살았던 흔적을 찾아볼 수도 있다.
최근에 봄비가 내리면서, 호수의 수위가 조금 높아지긴 했다. 그래도 예전의 저수율을 회복하는 데는 크게 모자라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계속 될지는 알 수 없다. 누구에게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호수가 그저 황량하게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닥이 드러난 횡성호는 그렇게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횡성호의 저수율이 이렇게까지 낮아진 풍경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횡성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