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거치대가 있어 좋은 영동선 무궁화호 열차.
김종성
태백역, 철암역의 산악지대를 숨을 고르며 천천히 달리는 무궁화호 열차의 맨 뒤 칸으로 갔다. 보통 앞으로 다가오며 펼쳐지는 풍경에 익숙했던 눈에, 점점이 사라져가는 열차 꼬리칸의 풍경은 아련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스쳐지나가는 다른 열차의 뒷모습, 기차가 지나가자마자 철로에 들어서서 기차 길 정비를 하는 나이 지긋한 현장 직원들, 열차가 지나온 짧거나 긴 터널들의 묘한 흡입력... 흥미롭게 본 영화 <설국열차>에서 기차 꼬리 칸은 찬밥 취급을 받지만, 실은 아늑하고 정겨운 풍경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오십천 변을 따라 태백시 통동의 동백산역을 지난 열차는 첩첩산골 통리협곡이 있는 삼척시 도계읍에 자리한 도계역에 잠시 정차했다. 아직도 증기 기관차 시절의 급수탑이 남아있는 아담한 역사(驛舍)의 기차역이지만 도계읍은 5일장이 열리는 전두 재래시장, 중고등학교, 대학캠퍼스, 버스터미널 등이 있는 읍(邑)보다는 면(面)에 어울리지 않는 큰 동네다. 기차역 건너편에 오십천이 기차 길 옆을 따라 동해바다를 향해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지리적으로 산이 많다 보니 삼척에는 논이 적고 밭이 많아 농산물은 그리 풍부하지 못하지만, 대신에 광산물 자원과 수산물이 풍부한 편이다. 삼척에서 많이 나는 광물은 석탄과 석회석이다. 주로 산으로 둘러싸인 도계읍 쪽에 광산이 몰려 있다. 산이 많은 삼척의 특이한 점은 이곳의 산은 거개가 석회암 성분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도계읍을 지나 흐르는 오십천변이 유난히 회색빛으로 보였던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