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소연
"박용진은...", "박용진이..."
그는 여느 사람들과 달리 '나는' 혹은 '저는'이 아니라 "박용진"이라는 주어를 쓰며 말한다. 이름 세 글자를 또박또박 말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몰랐을 변방의 정치인으로 뚜벅뚜벅 걸어온 삶, 이름 세 글자를 또박또박 말하면서 재벌개혁과 유치원 비리 타파 등 누구나 좀처럼 손대지 못한 문제들을 차근차근 풀어온 삶이 묻어나는 화법이다.
어느 쪽이든 쉬운 길은 없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대학시절부터 20년간 진보정당에 몸을 담았다. 2011년 민주통합당 일원이 됐지만 재선 국회의원이 된 지금까지도 '비주류'라고 불린다. 그런 그가 대선 출사표를 던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계파도 조직도 없는 사람이 과연 예비경선(컷오프) 관문이나 통과할 수 있겠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박용진 후보는 보란듯이 최종 6인 안에 들어갔다.
박용진 후보는 지난 12일 1차 슈퍼위크까지 누적 득표율 1.25%로 5위다. 본인도 사뭇 아쉬운 성적표다. 1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기 전날, 정세균 후보의 경선 중단 선언을 두고 안타까워하며 "아직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지"라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정치를 할 것이라면 (민주당 내에서 지지도가 낮은 현재 상황은) 의미 있는 숙제"라며 "문제를 알게 됐다는 것 아닌가? 그럼 해법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굵직한 성과는 여럿인데, 왜 이렇게 득표율이 낮을까? 박 후보는 "저의 부족"이라 자인했지만, 보수야권의 자중지란에 따른 반사 이익에 민주당이 여전히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걱정했다.
"우리는 지금도 아마추어 족구 수준으로 정치를 하려고 한다. 우리 편이 잘해서 점수 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우왕좌왕해서 이기는 게 아마추어 골목족구다. 적어도 민주당이 이 상황에 기대서 가려고 하면 안 된다."
1971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난 박용진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가운데 가장 젊다. 그만큼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도 '미래'다. 박 후보는 "(순회경선) 연설이 다 달랐다"며 "다른 분들은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데, 저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다가올 광주·전남, 제주, 부산·울산·경남과 인천, 경기, 서울 경선에서 그는 또 어떤 미래를 말할까. 그 꿈은 얼마나 많은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1.25%, 의미 있는 숙제... 문제 알았으니 해법 만들면 된다"
- 13일 정세균 후보가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안타깝죠. 마음도 별로 안 좋더라. 전화 통화도 했다. '자네만 남겨두고 와서 미안하네' 하시기에 '아이고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죄송해요'라고 했다. 1월에 세종 정부종합청사로 찾아갔다. 아마 본인이 총리 그만두고 나면 제가 도와줄 거라고 기대하셨나보다. 친했으니까. 그런데 이미 방송에서 (대선) 나간다고 다 얘기했으니까 '이 사람아, 나부터 하고 하지 그래' 하시더라. 제가 미안해서 20분 동안 한 마디도 못하고 말씀만 듣다 나왔다.
정세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잘하실 분이다. 그건 맞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역할이 하나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더라. 아직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지."
- 1차 슈퍼위크까지 포함해서 누적 득표율 1.25%, 5위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일단 아쉽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근소한 차이이긴 해도 3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도는 되게 낮았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정치를 할 것이라면 의미 있는 숙제다. 문제를 알게 됐다는 것 아닌가? 그럼 해법을 만들면 된다."
- '어떤 문제'를 알았다는 뜻인가.
"'민주당 안에 지지세력이 있다/없다' 보다도 박용진이 처한 위치와 상황이 분명해진, 값진 결과다. 그런데 박용진은 유치원3법과 재벌개혁으로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국민적으로도 지지와 관심을 받아봤고, 총선 때 서울 민주당 당선자 중 1위라는 구체적인 결과도 만들어봤다. 하지만 왜 지금은 다르게 나올까? 그걸 잘 분석하고 찾아보려고 한다. 결과는 나온 것이니까. 또 제가 상대 진영(민주당 밖)에서 관심과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확인됐으니까 거기에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