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월 24일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제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각 후보들 간의 선거전 속에서, 외부의 적을 설정해 단결을 도모하는 구시대적 전술이 또다시 재현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과거 '북풍'을 타고 집권한 세력이 결코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해내지는 못했듯이, 대선 후보들이 일본에 대한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운들 그것이 한일관계 타개와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정계입문 뒤 현 정부의 대일관을 비판하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해왔지만, 정작 한일관계 개선의 당위와 방법론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에 있어서는 방향을 잡고 있지 못하는 듯 보인다. 이른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부정 발언'은 윤 후보의 대일관에 대한 여론의 불신을 증폭시킨 대표적인 사례다(관련 기사:
윤석열, '후쿠시마 오염수' 발언 논란에 "강경화 답 지적한 것").
이 발언이 원전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인지 대일정책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관계에 대한 검토 없이 경솔하게 나온 윤 후보의 발언은 급기야 '일본 극우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까지 이어진 게 사실이다. 감정적 선동 문구들 속에서 악화를 거듭했던 한일관계를 성찰하고서 회복을 지향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굴종의 오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분명히 이 굴종의 오해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면서도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그의 대일 관련 행보는 언뜻 균형 잡혀 보인다. 그러나 일본과의 대립 국면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대일관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는 "일본 정부에 과거사 문제 해결과 위안부 문제 사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한다"며 윤 후보를 몰아세우고, '종전선언 반대'를 "일본 정계에서 할 주장"으로 일축하며 '일본'을 다시 한번 대선 관련 여론의 기폭제로 끌고 왔다. 스스로 "개인적으론 일본 국민들을 사랑한다"(11월 25일 외신기자클럽초청 토론회)고 말하는 이 후보가, 일본에 대한 국민적 감정을 부추겨 선거에 이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관련 기사:
이재명 "일본, 전후 독일을 좀 배울 필요가 있다").
나라의 주권을 수호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주권에 대한 위협을 과장해 지지여론을 결집시키고자 하는 태도는 북풍몰이를 연상시키는 냉전시대의 사고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불안 부추기는 게 아니라, 비전 보여주는 대선후보
일본 열도는 결코 침몰하지는 않을 것이며, 한국이 일본을 완력으로 제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 관계의 경색을 이어가는 것은 일본과의 반영구적 갈등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이나 금전적 이익을 얻는 일부 혐오세력들에게만 이로울 뿐이다. 그리고 이 혐오세력이 세를 불리는 동안, 한일 양국의 국익과 양국 사이에 놓인 중간자들의 권익은 후퇴를 거듭할 뿐이다.
물론 위에 써놓은 이야기들은 일본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다. 엄습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 한국의 노재팬 운동에 관한 소식은 일본 대중을 불안에 빠뜨린다. 이른바 일본의 극우 세력들은 그 불안의 지점을 노리고 파고든 뒤 이를 선동해 표를 구한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의 정치인들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정치공학에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학을 떼는 일본 극우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