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농민에 맞는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오창균
제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농장과 가까운 곳에서 지난여름부터 '대형 비닐하우스' 공사가 시작됐는데, 최근 들어 외관 공사가 끝났습니다. 크기로 보면 일반적인 재배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 그것을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큰 재배시설인 스마트팜(smart farm)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기술을 농업에 적용하여 생산량을 늘리고 노동력을 절감하여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정부에서 50% 지원하더라도 수 억 원의 비용을 농민이 부담해야 합니다.
더구나 스마트팜은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공장형 농업'입니다. 시설을 짓고 첨단 설비로 운영을 하고 농자재 교체 등의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농민이 얼마나 될까요?
스마트팜이 확대되었을 때, 지금의 농산물 유통구조에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현재 농산물 유통 구조는 생산이 많이 되면 가격이 떨어지고, 반대로 생산량이 줄어들면 값이 오릅니다. 생산과 수요에 따른 가격구조로 이뤄져 있기에, 스마트팜이 확대돼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량 증대=소득 증대'란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단 이야기입니다.
제가 7년간 농사를 지었던 경기도 시흥의 개발제한지역에도 버섯을 재배하는 5억 원짜리 스마트팜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지역의 농민들 누구도 농장주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많은 농지를 소유한 지역의 유지이고, 토지개발과 함께 시설보상금을 노린 투기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농업에 지원되는 보조금 중에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시설과 농기계 비용은 농민이 절반을 부담할 경우에만 보조를 해주고 있습니다. 큰 시설이나 대형 농기계가 필요 없는 소농에게 농업보조금은 '그림의 떡'인 것입니다.
정부의 보조금정책이 기업형 농업, 대농들에게로 기울어져 있어 대량생산의 경쟁 논리에 밀린 소농은 농사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업인 70.3%은 한 해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10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들은 소작농이거나 소농입니다. 대농에게 기울어진 농업보조금은 소농에게 균등하게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기후위기와 유기농업
사실 제가 이 글에서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이 '소농' 기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기후위기가 식량위기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자고 나면 오르는 농산물과 식료품 가격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생산량이 줄거나 예측 가능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를 벗어나려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책 중 하나가 바로 농업입니다. 농지와 산림이 흡수하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는 흙 속에 저장될 경우 생태계를 유지하는 에너지로 순환됩니다.
이런 '흙'의 가치는 지난해 12월 19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흙, 묻다' 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선 프랑스의 '4퍼밀' 운동을 조명했는데, 매해 토양 속 탄소를 0.4%정도씩 늘려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건강한 흙들이 많아야 탄소를 가둘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지구를 살리는 '탄소중립'의 길로 가는 데 농업은 필수입니다. 소농을 지원하는 정책이 농지를 보존하고 늘려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