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다세대 연립주택의 모습. 자료사진
연합뉴스
소규모 공동주택이 의무관리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생기는 문제는 그 외에도 더 있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중 '전월세 상한제'에 따라 임대료는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관리비는 법적으로 증액 제한이 없어서 소위 '제2의 월세'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나 역시 몇 년 전 월세 집을 구하러 다닐 때 외진 곳에 있는 낡고 좁은 투룸임에도 7~10만 원의 관리비를 요구하는 곳이 많아 놀랐는데, 집주인은 관리비를 깎아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월세가 싼 편이니 이 정도는 감수하라는 태도다. 일부 건물주들은 건물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다달이 5만 원 이상의 관리비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원룸 빌라에 사는 경우 부당한 관리비에 대응할 방편이 없다. 일반관리비, 청소비, 전기료, 잡수입 등 세부내역의 의무적 공개도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올리면 올리는 대로, 달라면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
현행법에도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이상엽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간 동아>에 실린 기사에서 "원룸 건물은 크기와 가구 수가 각각 달라 법적으로 관리비 기준을 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건물주의 상식과 인품에만 맡길 일은 아니다.
각각의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면 전월세 상한액에 관리비를 포함하는 방안, 관리비 인상 이유를 적절히 고지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원룸과 빌라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관리비 인상 근거를 서면으로 알리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추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체가 나서 의무관리대상을 소규모 공동주택에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면 한다. 내 돈의 쓰임새를 지켜볼 권리, 부당한 인상이나 입주 시의 계약에 피해 입지 않을 권리는 공동주택의 형태에 따라 다르지 않다.
'속이면 걸리고 걸리면 끝이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우리 아파트는 대부분 노년층이 거주하고 청장년층 가구는 몇 되지 않는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무래도 우리 집이 물을 많이 쓰지 않겠냐며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좀 지켜봤거든. 젊은 사람들이 사는 집이라서 어떤가 하고." 흘리듯 한 말이었지만 '내가 너희를 지켜보고 평가할 힘이 있다'는 암시를 느낄 수 있었다.
주민 대표에게까지 갑질을 당할 수는 없기에 나는 한 달을 더 기다려 볼 생각이다. 계량기 미터를 기록하고 같은 문제가 있다면 증거자료로 삼아 신고센터에 제출해 보려 한다. 하지만 이미 수도요금 문제로 여러 번 통화한 일이 있으니, 신고자 정보가 비공개로 유지될지언정 그게 나라는 건 쉬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큰 여력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갈등을 빚느니, 그깟 1~2년 돈 좀 더 내고 살까 싶기도 하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런 이유로 대충 보아 넘기고 그런 무관심 속에서 비리는 계속되겠지만.
2014년, '난방열사'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나섰던 덕분에 아파트 관리비의 투명성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수년간 주민 간의 불화와 소송, 몸싸움에 휘말려야 했다. 사회는 누군가 나서야 바뀌게 마련이지만, 제도의 미비함을 개인이 큰 짐으로 떠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나는 월세 공제 확대, 기본주택 제도 등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선 공약을 눈여겨보고 있다. 굵직한 문제에 비하면 사소해 보일 수 있으나, 파값만 크게 올라도 국민생활이 삭막해지듯 관리비 문제도 국민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사안이다. 꾸준히 적발되고 있는 회계감사 업체, 주택관리 업체와의 담합 등을 볼 때 일상 가장 가까이에서 비리가 양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전히 관리비는 공공연히 '눈먼 돈', '어쩔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된다. 주택 규모에 관계없이 '속이면 걸리고 걸리면 끝이다'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도록 제도를 정비, 강화해야 한다. 세심한 개정안을 끌어낼 줄 아는 새 대통령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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