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보도, 시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3] 신문방송학 전공 대학원생이 본 세상

등록 2004.03.25 14:11수정 2004.03.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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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학원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활발한 논쟁이 없다'며 아쉬워 하는 정승현씨.

'대학원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활발한 논쟁이 없다'며 아쉬워 하는 정승현씨. ⓒ 김혜진

'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외치는 대구 촛불이 13일째 대구백화점 민주광장을 밝히고 있다. 평일에는 인원이 다소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인원이 적든 많든 끝까지 촛불을 지킬 것이다”며 변함없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4일, 100여명이 모인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민발언’ 자리가 마련됐다.

“이제 정말 봄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집 앞에 개나리가 피었더군요. 국회에 계신 개~나으리들이 생각났습니다.”

재치있는 입담으로 시민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은 주인공은 바로 정승현(대학원생)씨.

몸이 안 좋아서 빠진 하루를 제외하고는 촛불집회에 모두 참여했다는 그는 현재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잡아보자며 “시민 여러분, 함께 합시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한 정씨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민중가요가 흘러나오는 촛불문화제 현장 뒤편에서 정승현씨를 만났다.

다음은 정승현씨와 일문일답.


-‘탄핵정국’과 관련 대학원 내 분위기는 어떤가?
"대체로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촛불집회도 내내 혼자 참여했다. 워낙 민감한 사항이니 교수님들도 학생들도 굳이 이야기를 꺼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탄핵 사안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하는 기회도 별로 없고, 술자리에서도 그 주제를 언급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보기엔 대학원내 분위기뿐만 아니라 학부 내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실천적인 행동에는 모두들 무관심한 것 같다."


-야당이 방송국을 항의방문 했다가 사과를 위해 또다시 방문하고, 방송 3사는 계획에도 없던 한나라당 당대표 토론을 방송했다. 우리나라의 정치집단과 언론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치쇼’에 불과하다. 야당의 지지율이 아무리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언론은 아직도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언론은 정치권력에 독립되어 있다고 하지만 겉모습뿐인 것 같다."

-'촛불집회' 불법 논란에 대해?
"말도 안된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반이성적 사람들이니 '이태백'이니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수구언론 또한 ‘제자리를 찾아야 된다’,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조용히 반성하자’며 촛불시위를 자꾸 없애려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보수정치와 일부 거대 언론의 합의하에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도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19와 5.16 광주항쟁을 거치면서 시민의식은 상당히 높아졌다. 그런 논조에 휘말리기는커녕 이제 그런 의도를 간파해내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우리는 더 이상 무식한 시민들이 아니다."

-촛불문화제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용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은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지만 해야 하는 일은 시기를 놓치면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는 정승현씨. 총선 때까지 촛불문화제에 꾸준히 참여할 것이라는 그는 “이번이야말로 국민의 힘을 보여줄 기회다“라고 주장했다.

정승현씨는 다음날(25일) 시민발언대에서는 멋지게 개사한 노래와 이 사안을 보도했던 지역언론 사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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