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어 아들의 소속 중대원에게 보내면서

<아들아, 대한민국 아들아>

등록 2005.08.30 16:55수정 2005.08.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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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권 만드는데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2천 권의 책을 만들려면 2천 그루의 숲이 사라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그 책 한 권이 맑은 공기를 빼앗아 가도 우리는 억울해 하지 않아야 하고, 맑은 공기 대신 다른 어떤 대가를 받아 내야만 한다'는 준엄한 독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책을 쓰면서도 두려움이 앞섭니다.


현역 복무 중인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무사기원(無事祈願)의 심정으로 쓰기 시작한 글이 어느덧 책 한권 분량이 넘었습니다. 의경에 지원 입대한 아들은 육군 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하던 도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국군병원에 입원하여 부모 가슴을 숯덩이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치안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에 자대배치를 받아 불철주야 고생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하루도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군부대에 크고 작은 사고가 좀 많습니까? 모두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마치 내일처럼 걱정스런 일들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자식의 안전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기처럼 글을 써왔습니다.

이런 글들을 스크랩하여 휴가 나온 아들에게 '첫 휴가 기념 선물'로 주었으나, 아들이 귀대하고 나니, 빈방의 책상 위에 꽂혀 있는 이 스크랩북이 무슨 소용이냐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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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크랩북의 원고를 출판사로 넘겼습니다. 정작 필자 자신도 그 많은 원고 분량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300여 쪽이면 책 한 권 분량으로는 적당하다고 하는데, 원고가 넘쳐 어느 것을 뺄까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의 염려와 소망

이 책이 귀한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님들, 앞으로 입대하게 될 자식과 그 부모 형제, 연인들, 그 옛날 고생스러웠던 부대 생활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예비역들을 위한 그리고 일선에서 묵묵히 병역의 의무를 수행 중인 현역 장병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과 용기, 그리고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종이책 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에서는 현역 복무 중인 아들을 생각하면서 쓴 아버지의 글이 애틋하게 느껴졌던지, 정성껏 책을 엮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책을 펴내어 누구에게 읽게 할 것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지식 정보 시대엔 책을 마케팅 상품으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나 필자에겐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사는 전문 문필가도 아닙니다. 졸저 문집을 어떤 재화(財貨)의 가치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책은 오직 불철주야 고생하는 아들과 이 시대에 군 복무하는 자식 또래 친구들에게 작은 위안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생각뿐입니다.

공감해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

저자가 부대원들에게 부칠 책에 일일이 서명 - 아들과 함께 불철주야 고생하는 대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쓰고, 그 앞에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붙이니, 이 부대의 슬로건이기도 한 <한 가족 한 마음>과도 걸 맞는 느낌이 들고  '무사기원'의 심정을 담은 아버지의 뜻이 고스란히 전달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 글귀 : <사랑합니다. 000대원惠存 저자 윤승원>
저자가 부대원들에게 부칠 책에 일일이 서명 - 아들과 함께 불철주야 고생하는 대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쓰고, 그 앞에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붙이니, 이 부대의 슬로건이기도 한 <한 가족 한 마음>과도 걸 맞는 느낌이 들고 '무사기원'의 심정을 담은 아버지의 뜻이 고스란히 전달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 글귀 : <사랑합니다. 000대원惠存 저자 윤승원>윤승원
그러나 최소한의 출판비용 등 부담은 살림하는 아내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적잖은 부담인 데도 아내는 말리지 않았습니다. 책 속의 어느 한 장면도 남편이 억지로 꾸미거나 건성으로 쓴 것이 아니라, 군대간 자식을 생각하며 때론 눈물로, 때론 한숨으로, 그리고 대견함과 자랑스러움으로 쓴 글이란 것을 아내가 비로소 인정해 주는 것이니,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바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여가 시간 틈틈이 책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봄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가을이 다가오니, 책을 한 권 만드는데 두 계절을 보낸 셈입니다.

여름휴가도 텅 빈 집안에서 혼자 출판 원고와 씨름하는데 고스란히 보냈습니다.

현역 복무하는 아들의 쑥스러움과 부담감

이번에 책을 준비하면서 '산고(産苦)'라는 말을 처음 실감했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현역 복무 중인 의경 아들이 아버지의 책에 대한 부담스러움을 말할 때는 고민이 컸습니다.

아버지가 책을 펴낸다는 것, 단체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동료 대원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듯했습니다.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부대 생활을 모범적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큰 것 같았습니다. 그런 아들의 염려와 입장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내 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돈을 벌기위해 그곳에 간 것이 아닙니다. 이른바 사서 고생한다는 '무전여행 떠나듯' 이색 체험을 하기 위해 일부러 그 힘든 곳에 지원하여 간 것도 아닙니다. 인생에서 가장 혈기 왕성한 황금 같은 시기에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수행코자 국가의 부름을 받고 헌신 봉사하러 간 당당하고 자랑스런 젊은이입니다.

그 모습이 장하고 대견하여 아버지가 애써 책으로 엮었는데, 골방 구석에 쌓아 놓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누구보다 아들과 함께 고생하는 중대원들에게 '사랑합니다'란 말을 넣어 택배로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아내의 땀방울도 스민 책 - 글을 쓰는 일은 아버지가 했지만, 그 많은 증정본 책에 붙일 '색종이'(저자 사인과 글귀가 담긴)에 풀칠하여 붙이는 일이며, 저자의 낙관을 찍는일, 그리고 봉투에 부대원의 이름을 일일이 쓰고 정성껏 포장하여 택배로 부치는 일까지 아내의 땀방울도 스며 있다.
아내의 땀방울도 스민 책 - 글을 쓰는 일은 아버지가 했지만, 그 많은 증정본 책에 붙일 '색종이'(저자 사인과 글귀가 담긴)에 풀칠하여 붙이는 일이며, 저자의 낙관을 찍는일, 그리고 봉투에 부대원의 이름을 일일이 쓰고 정성껏 포장하여 택배로 부치는 일까지 아내의 땀방울도 스며 있다.윤승원
따뜻한 위로와 성원 보낸 주신 분들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 주신 분들의 뜻을 생각하면 저 혼자 책을 간직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들이 복무하는 부대의 중대장은 저의 글에 이런 과분한 위로의 말씀을 이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아버님 글은 이른 바 '3인(忍, 仁, 人)'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부대생활하는 이에게는 '참을 인(忍)'을 새겨주고 이들을 관리하는 지휘관에게는 '어질 인(仁)'을 제시하였으며, 시민들에게는 모두 내 자식이요 형제라는 사랑의 공감대를 형성케 함으로써 '사람 인(人)', 즉 인간애를 되새기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셨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구타나 가혹행위, 인권침해 행위들이 이 글을 발판 삼아 지혜와 인내심으로 잘 극복해 나갔으면 합니다. 또 오늘의 시련이 오히려 자신의 미래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는 밑거름이자 부대생활 덕목을 일깨우는 지침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아들의 의경 선배인 한 분은 이런 축하의 메시지도 보내 주었습니다.

"이제 선후배 전의경이 어느덧 50만 명이 넘었습니다. 현역 전의경들은 이 책을 읽고 부모님께 더욱 효도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경찰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젊은이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밖에도 자식을 군에 보내고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주신 전국의 수많은 부모님들과 예비역, 그리고 현역 대원들의 성원과 사랑도 잊을 수 없습니다. 분에 넘치는 위로와 격려 말씀을 주신 여러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이런 공간을 통해 꼭 전하고 싶습니다.

자랑스런 병역의 의무를 치르는 두 아들의 아버지가 펴낸 책 - 눈물과 한숨, 때로는 자랑스러움과 대견함으로 쓴 아버지의 책이니 아들과 함께 복무하는 대원들에게 먼저 선물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랑스런 병역의 의무를 치르는 두 아들의 아버지가 펴낸 책 - 눈물과 한숨, 때로는 자랑스러움과 대견함으로 쓴 아버지의 책이니 아들과 함께 복무하는 대원들에게 먼저 선물하는 것이 마땅하다.윤승원
아름다운 인간관계로 발전하는데 실마리가 되기를

그러나 저의 자식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부대생활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실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임대원들의 눈에 들지 않는 일도 더러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나 형님뻘 되는 부대관리자들이 때론 충고도 하고, 인간적인 지도를 해도 잘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가정의 부모가 심어주지 못하는 '강인한 정신력'을 심어주시고, 때로는 온화한 인정으로 보듬고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허약해 보이던 아들이 군대가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몸도 아주 튼튼해졌습니다. 모두가 훌륭한 지휘관들과 선임자들의 인간적인 지도 덕분입니다.

부대원 상호간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1회성 인연이 아니라, 전역 후에도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과 아름다운 인간관계로 발전하는데 제 책이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다면 더 없는 보람일 것입니다.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고, 용기를 북 돋아주는 형제와 같은 우정도 부대생활하면서 늘 함께 나누기를 바랍니다. 보잘 것 없는 책을 내면서 너무 많은 소망을 담은 것 같아 미안합니다.

- 자랑스런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과 가정에서 함께 염려하는 부모님들께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글마당 '청촌수필'(cafe.daum.net/ysw2350)과 '국정브리핑'(news.go.kr)등에도 소개합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글마당 '청촌수필'(cafe.daum.net/ysw2350)과 '국정브리핑'(news.go.kr)등에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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