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과 맛이 독특한 내 고향 '청양 고구마' - 일명 '호박 고구마'라 불리는 내 고향 청양 고구마는 토질이 좋아서인지 맛도 자랑할만 하다윤승원
그랬다. 고구마는 늦가을 무렵에 캐야 굵기가 실한데도 올해는 철이 이른지, 벌써부터 보기 좋게 모양을 드러내는 것을 보니, 더 캐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작년에는 이렇게 많은 고구마를 수확하여 동네 잔치를 벌였다"고 아내가 말했다.
공짜로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이 아니라, 동네 골목에서 헐값으로 팔았더니, 한 트럭분의 고구마가 1시간만에 동이 났다고 아내가 자랑했다. 그 돈으로는 시골 친정 어머니 약을 지어드렸다고 한다. 나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고구마 수확을 아내에게 예약(?)해 놓은 누님
누님을 댁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온 지, 두 시간 남짓 되었을까? 전화가 울린다. 누님의 전화였다. 아내는 전화를 받으면서 시종일관 입가에 웃음을 거두지 못했다. 무슨 전화이기에 그러냐고 물으니, 아내가 누님의 말씀을 이렇게 전한다.
"지금 마악 고구마를 쪄 놓고 온 식구가 둘러 앉아 먹고 있는데, 너무 달고, 포슬포슬하고 맛이 있어서 식구들이 모두 이런 고구마는 처음 먹어 본다고 하더라. 늦가을에 본격적인 수확을 할 때는 동네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캐오지 말고, 온 식구들을 단체로 데리고 가자."
말하자면 '고구마 캐기 예약'인 셈이다.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하던 누님이 모처럼 고구마를 앞에 놓고 식구들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니, 동생으로서 이보다 더 반가운 일이 어디 있는가. 청정지역인 내 고향의 무공해 고구마를 맛있게 드시고 건강이 좋아져서 앞으로 더욱 다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기원해 보았다. 그날 밤 우리 내외도 고향에서 캐온 고구마를 쪄 놓고 먹으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과 흐뭇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글마당 '청촌수필'(cafe.daum.net/ysw2350)과 '국정브리핑'(news.go.kr) 등에도 올리고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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