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도'에서 생태공원이 된 난지도

등록 2005.11.24 11:04수정 2005.11.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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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얼마나 더 가야 돼요?”
“구름이랑 손잡고 있는 저기 나무 보이지? 거기가 하늘공원이야. 조금만 더 가면돼.”


일곱 살난 채연이에겐 600여미터의 오르막길이 힘든 모양이다. 총총 걸음으로 30분. 노랗게 물든 단풍길 사이로 정상이 보였다. 시원한 가을 바람에 하얀 갈대가 손을 흔든다. 마치 영화 속의 어느 한 곳처럼 가슴이 설렌다. 탁트인 시야로 왼편에 성산대교 넘어 선유도가 보이고, 오른 편엔 방화대교가 여의도로 길게 뻗어 있다. 아이들은 언제 힘들었냐는 듯 이러저리 뛰어다닌다. 이 곳이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것을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난지도는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서울시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됐다. 생활쓰레기, 건설폐자재, 산업폐기물 등이 무분별하게 쌓여 급기야 90미터 높이의 봉우리 없는 큰 산이 돼버렸다. 지금은 그 위에 오염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흙을 갈아 엎어 산 위에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만들었다. 산 아래 난지한강 공원, 난지천 공원, 평화의 공원과 더불어 월드컵 공원으로 불린다. 매립된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 가스는 2001년부터 주변 지역의 냉난방 연료로 쓰이고 있다.

2002년 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덕분에 매년 겨울 난지도는 철새 수만 마리의 도래처가 됐다. 더불어 황초롱이, 솔부엉이,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 5종도 서식하고 있다. 야생동물보호구역까지 있어 가끔 지역을 이탈한 족제비 등이 나와 산책하는 이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재밌는 건 하늘공원 올라가는 길에 있는 'SLOW'라 쓰인 도로 표지판이다. 가만 들여다보니 '맹꽁이출현지역'이라 돼 있다. 비무장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맹꽁이가 종종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해 설치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아예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지금 맹꽁이는 일찌감치 겨울잠에 들었겠지만.

공원을 찾는 이들도 각양각색이다. 하늘공원은 주로 유치원, 초중고생의 자연학습장으로 사랑받는다. 또, 아침 저녁으론 인근 주민들의 산책, 조깅 코스로 사용되고, 주말이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된다. 바로 옆 노을공원은 항상 골프장 이용객들로 붐빈다. 매주 화, 금요일이면 새벽 3부터 입장권을 받기 위해 줄을 늘어선다. 산 아래 평화의 공원에선 매일 저녁 인라인을 탄 어른들과 뛰어노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난지도 주변 환경도 크게 바뀌었다. 땅값은 쓰레기 매립지가 있던 10여년 전보다 20배 가량 올랐고, 월드컵 경기장과 각종 상업 시설이 들어서면서 19년된 25평 아파트가 2억 7000만원에 까지 거래되고 있다. 곧 마포행정타운까지 들어설 예정이어서 부동산 가격은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보잘 것 없던 불광천도 덩달아 발전했다. 조깅로가 생겨 아침 저녁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겨울철엔 철새들까지 찾아들기 시작했다.


과거 난지도에 매립됐던 이 지역 쓰레기는 서울 시내 4개 소각장(마포, 목동, 노원, 강남)중 마포 처리장을 거쳐 김포매립지로 최종 운반된다. 이곳은 이전의 난지도와 달리 오염처리 시설이 설치돼 있고, 쓰레기를 분류해서 매립하는 위생 매립지다.

먼지, 파리, 악취가 많아 '삼다도'라 불렸던 이곳은 이제 시민들의 가까운 친구가 됐다. 그것도 쓰레기 매립지 위에 조성한 생태공원으로 말이다. 일년에도 몇 번씩 세계 곳곳에서 벤치 마킹을 위해 찾는다는 난지도. 우리가 더욱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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