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최고, 혹은 인터넷 속도만 초고속이 아니라 인터넷상의 의제 설정 및 확산 속도도 '세계 최고'에다가 '초고속'이다.(자료사진)오마이뉴스 남소연
된장녀는 20대 여성의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남성들까지 가세하여 지극히 평범한 20대 여성들조차도 그들만의 관점에서 '된장녀'로 낙인을 찍으며 자위하는, 악의적인 해석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군가산점 논란, 가수 유승준의 병역기피 사건 등 군대에 관한 의제라면 일사분란하게 단결했던 남성들에게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정말 톡톡히 한몫을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사실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최고, 혹은 인터넷 속도만 초고속이 아니라 인터넷상의 의제 설정 및 확산 속도도 '세계 최고'에다가 '초고속'이다. 한 가지 구미가 당기는 먹음직스러운 주제가 식탁에 올라오면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이 포크로 마구 찍어댄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광속으로 확산된다. 전후 사정이나 사건의 본질? 고리타분한 그런 것들은 찾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무의미하다. 어떤 주제가 이들의 불만족을 충족시켜 주냐가 중요할 뿐이다. 이들의 집단적 불만과 공격성이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문화와 결합하여 '된장녀' 광풍이 부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상대방의 성(性)을 씹는 것처럼 내부 단결을 꾀하고 절대적인 호응을 얻으며 두들기기 좋은 소재는 많지 않다. 제 정신 가진 남성들 치고 '된장녀'를 지칭하는 '외국문화를 좇는 허영심에 가득찬 여성'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녀들을 비아냥거리는 남성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부에 의해 자행된 과소비와 '문화적 허영'이 전체 젊은 여성들의 행태인양 '마녀사냥'처럼 매도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된장녀'는 여성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결합되어 공격적인 용어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TV에서 '할인카드' 발언으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썼다는 억척 연예인이 '된장녀'가 되고, 재벌가와 결혼하는 여자 아나운서를 '된장녀'의 수뇌급 정도로 탈바꿈시키는 20대 남성 네티즌들.
지금 그들은 무언가 불만족스럽고 단단히 화가 나 있다. 이들이 100% 된장녀들만 두들기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일까? 화가 몹시 나 있는 남성 네티즌들. 개똥녀, 시청녀, 된장녀…. 이제 다음에는 또 무슨 '~녀'가 인터넷 세상에 등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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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 신드롬... 20대 한국 남성들의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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