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변액보험, 문제는 사업비

[재무설계로 재테크 뛰어넘기⑩] 보험사만 배불려...'묻지마 가입' 금물

등록 2006.08.21 22:46수정 2006.08.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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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변액보험상품은 사업비 비중이 높아 가입 초기 해약시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가입시 주의가 필요하다.(자료사진)

변액보험상품은 사업비 비중이 높아 가입 초기 해약시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가입시 주의가 필요하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사례] 회사원 김아무개씨는 얼마 전 보험사에 다니는 친구 부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 고령화에 대비해 펀드 형태로 운영되는 보험상품인 변액유니버셜보험을 제안받은 것이다.

일종의 장기 펀드상품이면서 중도에 돈이 필요하면 찾아 쓸 수도 있고 형편이 어려워지면 보험료 내는 것을 쉬어갈 수도 있다는 친구의 설명만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장래 아이들 교육비로 쓸 목돈을 대비하면서 동시에 은퇴 이후까지 고려해서 월 저축액보다도 많은 액수인 50만 원으로 가입했다.

그런데 가입하고 나니 여기저기서 변액보험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민원도 많고 중도 해지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설명 들을 때도 너무 좋은 면만 듣고 가입한 것 같아 불안했는데 갑자기 속은 기분도 들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이라도 해지를 하는 것이 필요한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① 문제는 사업비, 지나치게 높다

매월 내는 보험료에는 보험상품을 모집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해 김씨가 매월 불입하는 50만 원이라는 보험료는 그 전체가 펀드에 투자되고 보장을 받기 위해 필요한 재원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50만 원에서 비용을 빼야 한다.

보험사는 모든 보험상품에 미리 비용을 추정해서 보험료에 반영한다. 그것을 예정사업비라고 한다. 변액보험이 항간에서 많은 오해와 불신을 사고 있는 것은 바로 예정사업비와 관련돼 두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보험설계사가 고객들에게 변액보험의 펀드와 같은 기능만 지나치게 강조해 설명하다보니 일반보험과는 차원이 다른 상품이라는 오해를 하고 가입한다는 것이다. 즉 다른 보험상품처럼 보험 가입한 초기에 사업비가 많이 빠져나가 투자수익이 발생해도 자신이 낸 원금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는 것을 잘 모르는 채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적립식 펀드와 비교해서 장점만을 부각시켜 가입시키거나 2년이 지나면 형편이 어려울 때 보험료 납입을 유예할 수 있는 제도를 지나치게 강조해서 판매하는 설계사들 때문에 2년 뒤 마치 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두 번째 문제는 사업비 자체가 높고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생명보험사가 금감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결국 보험사들이 보험료에서 사업비로 쓸 예정이라며 책정한 비용 중에서 70%만 쓰고 30%는 보험사의 수익으로 남겼다고 한다. 그 수익의 정도가 일부 보험사는 무려 1조 원에 가까운 사업비 차익을 만들기도 했다.

결국 애초 실제 비용으로 들어갈 돈보다 30%나 비싸게 비용을 책정해 놓은 셈이 된 것이다. 더불어 그렇게 남은 돈은 고객에게 돌아가는 것도, 그렇다고 김씨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한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닌 보험사 수익 그 자체로 고스란히 남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는 결국 상품 안에 있는 장단점을 이해하고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서 재무설계시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데 장애가 된다. 근본적인 불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② 10년 이상 길~게 가야 '제구실'

그렇다면 김씨는 변액유니버셜을 해지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적금보다 변액에 더 많은 돈을 붓기로 한 결정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건 아닌지 불안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변액보험이 갖고 있는 사업비 문제점과 보험사의 폭리, 투명하지 못한 보험료 산정 과정이 있다 해서 그 상품이 갖고 있는 장점이 다 무시될 필요는 없다.

가장 큰 강점은 결국 은퇴시점에 연금으로 전환해서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일반연금상품과 달리 관리만 잘하면 투자 수익을 통해 수령할 연금을 좀 더 넉넉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강점은 짧게 가입해서는 크게 키울 수가 없다. 최소 10년 이상, 가급적 가능한 길게 납입하다가 소득이 완전히 중단되는 시점에 연금으로 전환하면 좋다.

특히 변액연금은 가입할 때의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연금을 나눠준다. 한 마디로 지금 가입하면 평균수명이 80세 정도, 60세에 연금개시를 하게 되면 쌓여 있는 지급준비금으로 20년을 나눈 금액을 연금으로 지급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20년만 주는 것이 아니라 종신토록 나눠준다. 80세보다 더 살게 될 경우 덤이 되는 것이다.

변액유니버셜은 연금개시를 할 때의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나눠준다. 조금 더 유리한 것은 아무래도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덤으로 받을 것만 기대한다면 변액연금이 유리하다. 그러나 변액연금에 비해 변액유니버셜은 주식시장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투자수익을 좀 더 공격적으로 기대한다면 변액유니버셜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사업비에 대한 유쾌하지 못한 단점은 길게 유지하고 연금재원으로 활용하는 것만 잘한다면 극복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험사의 적정 사업비 책정에 관한 지속적인 감시와 강제가 필요하나 적절히 자신의 긴 인생 노후설계를 위해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절대 10년 이상 장기 가입이 아닌 경우와 막연한 장기 자산 형성을 위해 강제저축하듯 하는 개념으로 가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③ 상품 특성과 판매자 전문성 까다롭게 살펴야

그 외 변액보험의 가장 큰 강점은 1년에 보통 2회 이상 펀드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전망이 좋을 때는 주식형으로 운영하다가 장기 침체가 예측될 때는 채권형이나 해외편드로 변경할 수가 있기 때문에 한 상품 안에서 용이하게 투자대상을 바꿀 수 있어 수익관리에 좋다.

그러나 이것 또한 보통 사람들이 직접 시장에 대한 판단을 전제로 변경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결국 판매자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변액보험에 가입할 경우 판매자의 전문성과 향후 계속적인 관리를 해줄 만큼 지속적으로 그 직업에 종사할지가 관건이다. 또한 이른바 변액보험상품 안에 선택의 여지가 있는 하위펀드의 종류도 회사마다 다 다르다.

따라서 무작정 가입할 것이 아니고 과거 누적수익, 수수료, 펀드의 종류, 운용사, 판매자의 전문성과 직업지속성 등을 꼼꼼히 따져 비교해본 후 가입하는 지혜가 가입 이후 불편해지는 일을 줄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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