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이동단속, 우리가 책임진다

24시간 소나무류 이동단속 초소를 지키는 사람들

등록 2006.10.17 23:19수정 2006.10.17 23:1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 6시, 오후 2시, 밤 10시. 누군가에게는 참 특별한 시간이다. 바로 내가 근무하는 홍천국유림관리소의 소나무류 이동단속 초소에서 근무하시는 아저씨들의 출근시간이다. 초소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총 6명. 젊은 총각 한 명만 빼면 모두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의 아저씨들이다.


지난해 강릉 성산지역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가 발견된 후, 강원도도 이제는 소나무재선충병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의식이 퍼졌다. 그래서 사전에 감염목 이동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 소나무류 이동단속을 위한 고정초소.

애초에는 2인으로 8시간 근무했지만, 지금은 6인이 24시간 근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지금 근무하시는 아저씨들은 그렇게 해서 초소와 인연을 맺은 분들이다.

a 안내봉을 들고 일하고 계시는 아저씨

안내봉을 들고 일하고 계시는 아저씨 ⓒ 이혜민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이 일도 속을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고작 2평도 안 되는 컨테이너 초소에서 한여름을 보내야 하고, 겨울이 오면 한파도 이겨내야한다. 게다가 24시간 운영되니 휴식도 쉽지 않다. 물론 개인적인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되면 동료 근무자에게 본의 아니게 부담을 주게 되니 그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 아찔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한 달 전 홍천 철정검문소를 지나가던 도난차량이 도주하다가 이 고정초소를 제대로 들이받아 컨테이너가 90도 회전하면서 찌그러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그 당시 음주운전과 무면허는 물론 절도범이었단다. 다행히 아저씨들이 밖에 나와 앉아 계셨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a 아저씨들의 일터, 단속초소

아저씨들의 일터, 단속초소 ⓒ 이혜민

아저씨들 중 한 분은 너무 행복하시단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출근의 기쁨을 맛보기 때문이란다. 그 아저씨를 보면 자기 일이 있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는 게 참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 어떤 아저씨는 이동차량이 없는 시간대만 되면 주변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다. 가만히 앉아 계시질 못해서 초소 옆에 있는 올갱이해장국집 마당청소까지 해주시는, 정말 못 말리는 분이다.


초소가 운영된 직후에는 야간 이동차량이 많아서인지 단속 건수가 주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이제는 약간 뜸해졌다. 담당 직원분의 말로는 철이 지나서라는데 이렇게 되면 아저씨들을 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성실하게 일하실 분들이라 큰 걱정은 안 하지만, 그래도 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섭섭해진다.

아저씨 여러분, 앞으로도 소나무 이동차량들 제대로 단속해 주시고요. 꽁꽁 추운 겨울 다가오는데 초소 안에 따뜻한 난로라도 틀고 계세요. 참! 불조심, 꼭 잊지 마시고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