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출신의 중국인 지앙 잉(22)씨. 경희대학교 재학 중이며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의 친목단체를 운영하고 있다.차양수민
기자: 800명이면 경희대 재학생 10명 중 1명꼴인데, 이들은 어디서 거주하고 있는가?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상당히 좋지 않은 나라인데, 아르바이트와 주거 및 학교생활에서 차별받는 부분들은 없는가?
잉: 대체로 학교 인근에서 전월세 생활을 하거나 고시텔, 하숙집 등에서 생활한다. 우리 신분이 학생이기 때문인지 특별히 차별을 경험하진 않는다.
기자: 한국인들은 문화적인 차이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한국 이외의 문화에 대해서 상당한 배타성을 보이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화교들이 유일하게 성공하지 못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 들어봤나? (웃음) 물론 세계화로 사람들의 의식이 개방되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방인으로서 한국인들에게 느끼는 아쉬움 같은 것은 없나?
잉: 한국 사람들의 배타성을 이야기했는데, 물론 경험한다. 우리를 "짱께", "짱꼴라"라고 부르지 않나? (웃음) 어쨌든 별로 좋은 소린 아니다. IFCC 사업 중 홈스테이가 있었다. 올 여름 추진했다가 결국 실패했는데, 한국학생들이 너무 비협조적이었다. 한국인 학생들도 해외로 많이 나가고 홈스테이를 많이 이용하지만, 정작 외국인들이 한국 가정에서 생활하는 일은 정말 드물다. 한국인들은 좀처럼 가정을 우리에게 열어주지 않는다. 특히 명절 같은 때 외국인들은 정말 외롭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명절도 체험해 보고 싶지만, 한국 학생들은 단 며칠도 그들의 가족과 우리가 함께 보내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한국인들의 폐쇄적인 면을 느낀다.
기자: 하긴 한국은 30살이 넘은 아들, 딸도 부모 허락이 있어야 결혼하고 부모가 집과 혼수까지 장만해주는 것이 아직도 대세인 나라다. 이런 부모가 계신 가정에는 한국친구들도 그냥 가면 실례가 된다. (웃음) 하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지적이다. 한국인 학생들은 친해지기 쉬운 편인가? 개인적으로 대하는 한국인들은 어떤 것 같은가?
잉: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친구로 다가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깊이 있는 친분을 나누는 것은 어렵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친해지려 할수록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이 많다. 또 같이 어떤 일을 하거나, 곤란한 일에 닥쳤을 때 잘 나서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군대 갔다 온 사람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뭐,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기자: 어떤 경우에 그런 것을 느끼나?
잉: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도서관에서 크게 떠들 때, 누군가 길에서 행패를 부릴 때 나서서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수업 중 팀별 발표에서 한국말도 짧은 내가 발표를 맡은 적도 있다.
기자: 한국이라는 사회를 제대로 겪어보려면 일을 해보면 된다. 혹시 아르바이트를 비롯해 일을 해본 경험은 있는가?
잉: 지난 여름에 여행사에서 근무해 본 적이 있다. 대우는 한국인들과 같은 조건이었고, 담당한 일도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같이 일하던 분들과 잘 지내긴 했지만, 상사와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긴장감을 느꼈다.
기자: 한국은 빠르게 변해온 사회다. 불과 10년 사이에 전 국민이 휴대폰을 갖고 있고, 모든 집에 인터넷이 설치된 나라다. (웃음)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여유를 잃고 살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에게서 그런 것을 느끼나?
잉: (웃음)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다. 표정은 냉랭해도 낯선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푼다. 내게도 정말 친한 한국인 친구들이 많다. 내 친구들에게서도 쉴 새 없이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 같은 걸 느낀다. 정말 한국 학생들은 참 열심히 공부한다. 자기 앞길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는 것을 느낀다. 간혹 지나치게 개인적인 모습,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하지만 그들의 앞날이 만만치 않은 것을 알고 있다.
대담과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 중 러시아 출신의 나디아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리비아. 터키,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나디아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엔 외국인이 적은 편이라며 "한국엔 한국사람 뿐인 것 같다"는 독특한 감상을 전했다. 한국인들이 이방인들과 그들의 낯선 문화에 대해 아직 이해의 폭을 넓히지 못하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곳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진정한 세계화의 경쟁력은 다른 세계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적극적인 수용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경희대학교 사학과에 재학중인 학생들입니다. 기사 '또 다른 마이너리티, 중국인 유학생'과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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