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시립노숙인복지시설 보현의 집에서 이용자에게 겨울철 방한복을 나눠줬다. 겨울용 방한복을 지급받기 위해 보현의 집 이용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따뜻한 겨울이 화제이다.
지난 12월 2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2월 하순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도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난방유 소비가 크게 줄고 동부지역엔 그 흔했던 눈 구경조차 어렵다고 한다. 물론, 반짝 추위는 있지만 지난번 소한 추위처럼 한번씩 예년 기온으로 떨어지는 것은 지금의 계절을 일깨우고 지구온난화를 망각하게 하는 정도의 구실을 한다.
따뜻한 겨울은 감각적 결론이 아니라 관측에 따른 진단이다. '5도 이하'를 겨울로 정의할 때 1920년에 비해 겨울이 한 달 정도 짧아졌다고 한다.
부경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56년간 한반도에 추위를 몰고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가 약화된 반면, 하층 기온은 1도 정도 상승하였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형성되는 시기는 빨라졌지만 강도가 약해지는 바람에 과거처럼 북반구에 강한 동장군을 몰고 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루 최고기온이 18도 이하인 난방일수는 15일이 줄어들고 하루 최저기온 0도 미만인 서리일은 30일이나 줄었다.
따뜻한 겨울 때문에 희비가 교차된다. 난방용품·겨울의류 등 겨울장사는 대목 경기가 실종되고 스키장은 눈이 녹아 애가 탄다. 반면, 골프장은 비수기인데도 손님이 줄지 않고 시설 원예농가는 난방비가 크게 줄어 희색이다. 추위와 싸우기가 버거운 노숙자, 달동네 서민, 북녘 동포들도 이른 봄같은 요즘 겨울 날씨가 싫지 않을 것이다.
계속 갱신되는 '관측사상 최악의' 태풍·폭우·혹서
@BRI@그런데 따뜻한 겨울을 실리나 감각의 차원에서 보아 넘기기엔 이미 우린 너무 많은 것을 겪었다. 지난 10여년 전부터 자연재해나 날씨를 표현할 때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수사가 '기상관측 사상'이다. 언론의 자극적인 어법의 영향도 있지만 갈수록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잦아지고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국제적십자 기후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에 비해 최근 10년 동안 자연재해는 2배 가량 더 발생했고 자연재해의 피해자는 약 3배 증가했다. 곰곰이 생각하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겨울'은 '기상관측 사상 가장 강력했던 태풍이나 폭우, 혹서나 혹한' 등으로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또 다른 모습이다.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전문가 2500여명이 참여하는 국제기후변화패널은 약 5년 주기로 세 차례 보고서를 내서 지구 평균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면서 안정된 기후체계가 교란되는 기후변화는 자연의 순리가 아니라 인간 활동의 결과라고 과학적 결론을 내렸다.
기후가 안정된 가운데 평균 기온만 약간 올라가고 강수 유형이 바뀌는 정도라면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온실효과로 생겨난 엄청난 에너지가 지구의 대기와 해류 순환에 영향을 미쳐 예측하기 힘든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사회양극화를 몰고다니는 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