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용산 미군기지 반환 문제, 이제 시민들의 힘으로

용산미군기지답사 해설자, 평통사 이형수 미군문제팀 국장을 만나

등록 2007.05.17 08:40수정 2007.05.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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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 용산미군기지 주변의 풍경이 이색적이다.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사안을 가지고 집회와 기자회견의 장소로 유명한 이곳이 ‘견학’의 장소로 옮겨가고 있다.

20~30여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수첩과 펜을 들고 이동식 마이크를 든 안내자의 설명을 경청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관광객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더 적극적인 사람은 무엇을 하는 것인지 물어오기도 한다.

a 용산미군기지 답사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용산미군기지 답사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 김명섭



서울평통사, 민주노동당서울시당, 녹색연합, 범민련서울연합이 주최하고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용산미군기지 답사단은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과 용산기지 환경오염 문제 해결, 87만평 자연 및 생태공원화 조성을 위한 용산기지 둘러보기 답사(이하 기지답사)를 지난달 15일부터 시작하였다. 매주 주말 시민사회단체별로 국방부 정문을 시작으로 용산미군기지 5번 게이트, 녹사평역을 지나 유엔사와 수송부를 거쳐 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보는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이어 용산미군기지 1번 게이트로 순회하는 반나절 답사코스다.

참가자들은 용산미군기지 반환과 이전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가지의 문제점들을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눈으로 확인한다. 주말을 맞아 따듯한 봄 햇살을 쬐며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단위 참가자, 청년, 학생,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까지 참가자도 다양하다.


a 학생, 청년, 사회단체활동가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 청년, 사회단체활동가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김명섭




그 중에도 눈에 띄는 사람은 자연히 해설자다.

관광가이드가 아님에도 자세한 설명과 재치, 해설자의 열정적 설명은 참가자들의 이목을 중심시킨다. 두 차례의 전체 정기답사와 단체별 답사에서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 미군문제팀 이형수(37세) 국장이다. 이형수 국장은 용산미군기지 문제를 전담해온 지 3년이 넘는 전문가라는 주위의 평가를 실제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a 기지답사 해설자로 나선 평통사 이형수 미군문제팀 국장

기지답사 해설자로 나선 평통사 이형수 미군문제팀 국장 ⓒ 김명섭



지난 13일 2차 정기 기지답사를 앞두고 이형수 국장을 만나 그의 얘기를 직접 들었다 .

기지답사 내용을 듣기 전에 먼저 사회적 현안 문제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 얼마전 평통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 8천억원을 축적하고 이에 따른 제반의 문제들과 관련하여 대응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는데요

그동안 주한미군은 방위비분담금이 부족하다며 방위비분담금의 대폭인상을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한미군이 2002년부터 방위비분담금 등을 쓰지 않고 불법적으로 8,000억원을 축적해왔고, 심지어 이들 자금을 이용해 불법적인 ‘돈세탁’과 이자 취득, 탈세를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주한미군은 8,000억원을 미 국방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미군 영내 은행인 커뮤니티 뱅크에 입금하였고, 커뮤니티 뱅크는 계열사격인 BOA 서울지점에 약 6,500억원을 원화 양도성예금증서(NCD) 형태로 재투자하였지요. 커뮤니티 뱅크는 BOA 서울지점으로부터 연 4.3~4.5% 수준의 정기예금 이자를 지급받아 2006년 한 해에만 300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리는 등 지금까지 약 1,000억원의 이자수익을 취득하였습니다. 이 이자수익은 미 국방부 일반회계에 세입으로 편성되었습니다. 커뮤니티 뱅크 위탁운영자의 법적 지위는 한미SOFA상 ‘초청계약자(Invited Contractor)’로서 미군과의 공무가 아닌 영리행위를 할 경우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납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자수익 1,000억원에 대한 한미조세조약에 따른 세율 12%에 해당하는 세금 약 120억원을 포탈하게 된거죠.

- 이러한 내용은 우리 정부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떠한가

당연히 우리 정부와 국회 또한 이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위비분담금을 전년보다 451억원 인상한 7,255억원에 합의해주었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제7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편집자 주: 2007~08년/2008년은 물가상승률만큼 추가인상)은 지난 4월2일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평통사는 그동안 특별협정의 국회비준을 막아내기 위해 범민련남측본부 등과 연대하여 방위비분담금 대폭삭감과 특별협정의 폐기를 주장하며 싸워왔지만 국회 비준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 평통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대응도 눈에 띠는데.

평통사는 국회 비준 이후에도 국세청에 주한미군에 대한 세금 포탈 신고서를 접수하고, 검찰에 방위비분담금 협상 당사자였던 김장수 국방부장관과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을 고소 고발하였으며, 기획예산처 예산낭비센터에 방위비분담금 예산 낭비 신고를 했습니다.

이는 방위비분담금이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상징일 뿐 아니라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러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계속 알려나가고 바로 잡는 일이 우리들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 이와 맞물려 요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로 구성되어 기지 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시작한 용산미군기지 답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나?

용산기지 답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하나는 답사의 내용이고 또 하나는 답사 추진의 이유입니다.

답사의 내용은 불평등한 한미관계로 인해 민족적이고 역사적인 쾌거여야 할 용산기지 반환이 철저히 왜곡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a 기지 주변을 순회하며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꼼꼼히 해설자의 말을 기록한다

기지 주변을 순회하며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꼼꼼히 해설자의 말을 기록한다 ⓒ 김명섭



주한미군재배치 비용을 한국이 대부분 부담하고 평택 기지가 확장되는 것은 물론, 심각한 환경오염과 공원으로 조성될 부지 내에 미군기지와 헬기장이 잔류하고, 심지어 미대사관까지 이전하는 현장을 보면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답사에 참가하신 분들이 이런 내용을 듣고서는 그럼 공원추진계획이 우리 시민들을 위한 공원인가 그들의 정원인가 하는 웃지 못 할 농담도 건네시죠.

이런 점에서 답사는 그동안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막연하게 느꼈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제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의 장일 뿐 아니라 서울시민을 비롯하여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현장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용산미군기지 답사를 진행하며 나타나는 문제들은 어떤 과정으로 제기되고 풀어가고 있는지?

용산기지가 반환이 되면 일부 부지는 미군기지가 잔류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어떤 공원도 공원 안에 외국군 기지, 대사관이 있는 곳은 없어요. 용산기지 반환이 올바로 되어야 하는데 올바르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 거죠. 이런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알려나가야 합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거죠.


a 국립중앙박물관 계단에서 사우스포스트 기지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계단에서 사우스포스트 기지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 김명섭



많은 국민들이 불평한 한미관계를 청산하고자 하는 의지들은 있어요. 그런 그 내용이 아직은 구체적이지가 않아요. 이런 점에서 용산기지 답사에 참여하신 분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고 간다며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말씀을 꼭 하십니다.

답사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이라는 답사의 근본적인 취지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a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한 관측정을 직접 보는 참가자들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한 관측정을 직접 보는 참가자들 ⓒ 김명섭



이런 점에서 용산기지 답사에 서울지역 제 단체들이 함께 주최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단체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서 서울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은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 집니다.

대중적인 힘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용산기지 반환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 향후 과제와 전망은?

기지답사를 하면서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계셔요, 우리가 힘이 약한데 재협상이 가능 하겠냐, 우리가 약한데 미군측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지 않냐 하는 겁니다. 작은 거라도 재협상을 이끌어내서 우리도 힘을 합치면 미국과 협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용산기지 잔류문제 꼭 재협상을 해야 합니다. 잔류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기지답사를 통해 이런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또한 지금은 기지 밖을 답사하고 현장조사를 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가 미군기지 안 조사, 현장조사가 필요합니다. 일반대중들에게 공개가 되어야 합니다. 오염문제도 직접 봐야 압니다. 말로 들어선 알 수가 없죠. 국방부도 작년 8월 1일자로 SOFA 반환절차가 완료된 후 즉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란 보도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저희는 반환된 기지에 대한 기지 안 오염조사를 요구하고 있구요.

국방부가 순순히 열어줄 것인가 하는 물음에는 그다지 시원스럽지가 않아요. 이것 역시 시민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으고 올해 일반한테 공개하는 게 현실적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a 이미 반환된 유엔사 정문, 기지 안 조사가 시급하다

이미 반환된 유엔사 정문, 기지 안 조사가 시급하다 ⓒ 김명섭


#이형수 #용산미군기지 #평통사 #기지오염 #방위비분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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