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명박 대통령은 억울할 게 없다

등록 2011.03.03 17:30수정 2011.03.03 17:30
0
원고료로 응원

오늘(3일)자 인터넷 <한국일보>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마트에서 카트를 몰아볼 것을 권유하는 칼럼이 올라와 있다. 송영웅 정책사회부 차장의 글이다.

 

며칠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물가를 푸념하는 아내, 중학생 딸의 1만5000원짜리 참고서, 성묫길에 들른 고향 국밥집 주인의 분노. 이 모든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스스로를 억울한 처지라고 여길지 모른다고 송 차장은 단서를 달면서도 어떻든 마트에서 직접 카트를 몰아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모든 당국자들에게 깊게 와 닿을 만한 글이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물가를 비롯해서 몇 가지 굵직한 지금의 현안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억울하거나 불운하다는 데 대해서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렇게 가고자 하는 의도가 역력한 정책들이었다. 본심이야 어떻든 제3자가 객관적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다. 그에 부합하는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두 가지 정책의 오차 때문도 아니다.

 

세간에서는 이른바 '건설족'들의 경제정책이라고 한다. 여기다가 중앙은행의 존재를 사치품으로나 여기는 기획재정부 교조주의자들이 가세했다. 물가가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좋아할 사람들이 아닌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이어져 온 정책이 이 정권 들어 크게 달라진 것 자체는 뭐라 비난할 것은 못된다. 이념이 다른 집권세력이니 말이다. 예전 정권의 것들은 '좌파'라는 딱지만 붙이면 얼마든지 뜯어고치기 쉬웠다. 그러나 1998년 이후의 경제정책 중에는 1997년 외환위기의 교훈에서 비롯된 것들이 수두룩하다. 오히려 자본주의나 시장경제를 제대로 하기 위한 것들이다.

 

물가가 불안하다고 하니 곳곳에서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제한다는 뉴스도 들린다. 오로지 그것 뿐이다. 이전 정권에서 돈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물가 안정 목표를 유지하던 금융시장적 메커니즘은 찾아볼 길이 없다. 한국은행이 나서서 그런 면모를 발휘해야 할 시점에 보이는 것은 엉뚱하게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경제정책은 어디서도 찾아볼 길이 없다. 이것이야 말로 외환위기에서 값비싸게 얻은 교훈인데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경제 구조도 갈수록 복합적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대부분 기업이 수출로 먹고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내수 시장의 비중이 커져서 어떤 기업은 수입에 의존한다. 환율 상승은 수입업자의 재앙일 뿐만 아니라 물가 안정의 걸림돌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주위에는 무조건 환율을 올려야 기업이 산다는 '환율 주권론자'들 뿐이다.

 

1960~70년대 조그마한 경제에서는 작은 사업 하나라도 냅다 밀어붙이면서 전체 경제의 활력을 가져오는 일도 많았지만, 이제는 뭐 하나를 벌이면 그걸로 득을 보는 사람, 손해 보는 사람이 얽히고설켰다. 2011년 현재 요구되는 공정한 조정자로서 당국의 모습은 어느 틈에 새마을 모자 쓰고 나타나 한 방향으로만 다그치는 감독관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른 아침에 일찍 나와서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하는 것이라곤 무얼 누르고 억제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억울한 사람에게는 나중에 달리 편의를 챙겨줄지 모르지만 이런 것들은 끊임없는 시장 메커니즘의 교란일 뿐이다.

 

'MB의 '70년대 사고'가 경제재앙 근원.'

 

며칠 전 박태견 뷰스앤뉴스 편집국장의 칼럼 제목이다. 폭등하는 물가를 두고 고작 중국 배추나 수입하고 문제의 근원인 철지난 수출드라이브를 고수하는 현 정부를 꼬집고 있다. 장관이 10명이나 모여도 대통령의 의중이라면 그대로 밀고나가는 실태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물가보다 가계대출 문제나 성장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이런 문제에 관한한 이명박 정권은 출범부터 매우 일관됐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3년이나 지속적으로 진행된 정책이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현상에 대해 억울하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1.03.03 17:30ⓒ 2011 OhmyNews
#물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2. 2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3. 3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4. 4 "윤 대통령, 매정함 넘어 잔인" 대자보 나붙기 시작한 부산 대학가 "윤 대통령, 매정함 넘어 잔인" 대자보 나붙기 시작한 부산 대학가
  5. 5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