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내면에서 흘러가는 내린천에 방내천이 합쳐진다.
박민수
사람은 서로 가르고 물길은 서로를 잇는다 현재 대부분의 지도는 행정구역과 도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옛지도, 특히 대동여지도를 보면 우리 땅을 산줄기와 물줄기를 중심으로 이해한다. 특히 우리 땅은 산 그 자체이다. 흔히 70%가 산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지 않은가. 산줄기와 물줄기가 땅의 모양새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 산과 강은 무질서하게 나열되지 않고 일정한 질서를 지닌다. 우리 선조들이 지도를 만들고 우리 땅을 이해하며 발견한 대원칙. 곧 "산은 곧 물이고, 산은 강을, 강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이다.
홍천에서 인제로, 인제에서 고성으로 고성에서 속초로 속초에서 다시 인제로 오는 여정에서 우리는 이 산줄기와 물줄기를 확인했다. 먼저 홍천 내면에서 인제 기린면으로 흘러가는 천을 확인했다. 내면과 기린면의 한 글자씩을 합쳐 내린천이라 부른다. 내린천은 상남면에서 방내천과 합쳐진다. 또 기린면에서 방계천과 합쳐 더 큰 물줄기를 형성하며 흘러간다. 그리고 내린천은 한계령에서 내려오는 한계천과 만나 소양강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한계천은 소양강에 이르기 훨씬 이전 북한에서 흘러오는 인북천과 만난다. 그러니까 북한의 한 물줄기인 인북천이 한계천과 만나고 이 한계천은 우리 학교 근처에서 시작하는 내린천과 만나 소양강을 이루는 것이다. 소양강은 다시 북한강으로 흘러간다. 이 북한강은 남한강과 양평 두물머리에서 만나 한강을 이루고, 한강은 한강하구에서 북쪽에서 내려오는 임진강과 만난다.
산자락에서 흘러나온 시냇물이 천으로 흘러가고 천과 천이 만나 강을 이루고, 강과 강이 만나 바다를 이룬다.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엄청나게 많은 선이 있다. 군사분계선, 남방/북방 한계선, 추진철책, 민통선 등등. 우리는 우리 땅을 가르고 경계 짓고 철조망을 치고 서로 구분 지으며 적대시한다.
반면 자연은 그것과 무관하게 서로를 연결 짓고 소통하며 우리 땅을 흘러 큰 바다를 이룬다. '남'이고, '적'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있지만 우리들의 큰 어머니인 자연은 인간의 적대와 전쟁, 시기, 반목과 관계없이 오랜 세월동안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 왔다. 아무리 억한 인간이 저지른 만행 속에서도 자연은 그 모든 것을 품고 화해시키고 싶어 하지 않을까?
친구들과 함께 산줄기 물줄기를 공부하고, 그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물줄기'들을 걸으며 확인했다. 그리고 내린천과 한계천이 합쳐진 합강정에서 소양강이 시작되는 광경을 보았다. 이 소양강이 북한강으로 흘러가고 한강을 이루어 바다로 나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모습을 상상하며 발을 물에 넣고 싶었다. 모두 신발을 벗고 강에 발을 담근다. 물이 참 시원하다. 우리도 '시원하게' 통할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