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과 공간 무상사용협약...'무개념 부천시'

4년여 전 붕괴 위험으로 퇴출운동 거셌던 경마장, 생활예술공간으로 거듭나?

등록 2014.04.28 17:44수정 2014.04.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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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원종동 경마장 입점 이후 줄기차게 일어났던 부천지역내 경마장 퇴출운동 모습. 가운데 사진은 2010년 8월 27일 붕괴사고 현장 모습. ⓒ 김정온


합법적 사행성 도박장으로 지목되면서 20여년간 부천지역 시민사회종교단체와 여야없는 정치권에서 '퇴출운동'을 벌여왔던 경마장과 경륜장이 김만수 시장의 역점사업인 생활예술을 위한 무상공간으로 거듭(?)나는 웃지못할 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까지 사용해 왔던 생활예술동호회 상동연습장(원미구 상동 529-2, 영상문화단지 내 위치한 舊삼성건설 현장사무소)이 폐쇄되자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한 부천시가 최근 경마장과 경륜장의 미운영 시간을 개방해 생활예술동호회의 연습공간으로 무상사용하도록 하는 협약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월간업무보고에는 '생활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견륜장, 경마장 장외지점 문화공간 제공)'이 명시돼 있으며, 김만수 시장을 비롯한 관계공무원과 한국마사회 부천지사장,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부천지점장 등 5명이 참석하는 협약식을 5월 초 가질 예정이라는 것.

협약식의 주요내용은 "경륜장, 경마장의 미운영 시간에 공간을 개방하여 생활문화예술동호회에서 무료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함에 따른 협약체결"이라고 못박고 있다. 

부천역사 8층에 위치한 경륜장은 수, 목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무상사용하고, 원종동에 위치한 경마장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상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995년 원종동 277-3에 경마장 장외발매소가 들어서기 전부터 부천지역 시민사회종교단체 등은 끊임없이 반대운동을 계속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 8월 27일 지하 3층 기둥 균열발생으로 붕괴위험이 알려지면서 또한번 사행성 경마장 퇴출운동은 거세게 일어났다.

더욱이 붕괴위험 후 부천시 사용중지명령에도 경마장이 기습적으로 재개장해 지탄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부천시가 지하층에만 사용중지 명령을 내리고 지상층에 대해서는 사용중지 명령을 해제한 것'으로 드러나 김만수 시정부의 '행정 누수'를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무려 20여년간 부천지역에서 퇴출운동이 지속됐던 '사행성 도박장이자 합법적 도박장'인 경마장과 경륜장을 자신의 역점사업인 생활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무상사용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겠다고 계획 중인 김만수 시장의 '무개념 행정'을 놓고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당초 생활예술 상동연습장 공간사용의 법적 문제를 제기했던 김관수 의원은 "시민들이 지역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경마장과 경륜장을 이젠 부천시가 시장의 역점사업을 위해 공간을 무상사용하도록 매개역할을 하면서 합법적 도박장의 면피를 돕고 있는 게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경마장 반대운동을 이끌어 온 백선기 부천시민연합 이사장은 "경마장이나 경륜장의 본질은 반사회적이며, 반환경적, 반교육적인 합법을 가장한 사행성 도박장"이라며 "퇴출시켜야 한다는 지역적 과제에도 당장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무상사용 협약을 맺는다는 것은 현실을, 사회을 도외시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만수 시장 취임 후 처음으로 행정의 발목을 잡았던 사건이 원종동 경마장 붕괴위험 사건이었다. 이 일로 시장의 절친인 서영석 약사는 삭발까지 감행하면서 퇴출운동 전면에 나섰으며, 천주교 사제단은 물론 교역자 등도 성명을 통해 즉각 폐쇄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역적 거센 요구에도 불구하고 부천시의 행정의 누수로 인해 경마장은 기습 재개됐고, 뒤늦게 김만수 시장은 시민소통100인위원회를 통해 '원종동 경마장 문제, 어찌하오리까'를 외쳤으나 법적, 행정적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채 현재까지도 영업이 계속되는 등 행정의 무기력함을 여실히 보야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취임 초기 발목을 잡았던 경마장임에도 불구하고 임기말 자신의 역점사업인 생활예술을 위해 무상공간사용이라는 사탕을 위해 협약이라는 이름으로 동맹(?)을 맺는 김만수 시장의 행정행위를 놓고 '무개념의 극치'라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부천매일 인터넷신문에도 게재된 기사임
#부천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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